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민-주택 합병 합의]'우량銀 묶기'로 금융 새판 짠다

입력 | 2000-12-13 23:54:00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혼선을 빚던 우량은행의 합병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국민+주택에 이어 하나은행과 한미은행도 조만간 합병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제주은행을 위탁경영하는 방식으로 인수할 방침이다.

다만 은행장과 대주주가 합병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거센 노조의 반발을 뚫고 인원을 얼마나 정리할 수 있느냐가 과제다. 인원 정리문제 등 구체적인 합병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합병 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주택, 하나+한미 가시화〓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인수합병(M&A)팀이 합병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중이어서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주택이 합병을 발표할 경우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도 곧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던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이 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은행은 이와 관련, 하나은행과 합병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칼라일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방안도 대체적인 윤곽이 잡혔다. 외환은행을 지주회사에 참여시키려던 정부 방침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가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참여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평화 광주 경남은행 등을 묶는 지주회사가 출범될 것이다. 다만 코메르츠방크가 찬성한다면 외환은행도 지주회사에 편입된다.

▽노조를 설득하는 것이 과제〓부실은행 처리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 현재 부실은행 의 노조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우량은행의 합병문제가 겹쳐지면서 노조의 연대투쟁이 힘을 얻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합병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던 국민은행 노조가 김상훈 행장과 김정태 행장이 합병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투쟁의지가 약화된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은행노조가 연대에 나설 경우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예상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은행권의 모든 노조를 상대로 싸움을 걸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자칫 부실은행 처리마저 지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금융계 반응〓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도 인정했듯이 ‘우량은행끼리 합병하는 것은 해당은행의 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위원회가 적극 나서 은행합병을 서둘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부실은행의 정리가 더 시급한 일이며 정부가 우량은행 합병을 주도하는 것은 금융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고위관계자도 “지금 해야할 일은 금융시스템을 복원시킴으로써 기업자금난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