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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사풀린 법원 검찰

입력 | 2000-12-12 18:51:00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엊그제 이른바 ‘총풍(銃風)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불구속 피고인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했으나 법원과 검찰이 이들을 제때 수감하지 못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래도 국민이 믿고 의지해온 법원마저 기강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형사사건의 경우 당사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인신구속은 가능한 한 억제하되 형 집행은 엄격해야 한다. 그것이 곧 법치(法治)를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형 집행의 실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특히 법원의 실수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재판의 권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선 재판부도 할말이 많겠지만 보석취소에 따른 신병처리 절차를 소홀히 해 혼선이 빚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형사소송규칙에는 검사 또는 법원 직원이 불구속 피고인의 법정구속을 집행하도록 돼 있으나 그에 따른 재판부의 준비와 대처가 미흡했다.

물론 검찰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데다 어느 정도 법정구속이 예상된 이 사건 선고공판에 검사가 출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결과적으로 구속집행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뒤늦게 검거에 나서 오정은(吳靜恩) 한성기(韓成基)피고인은 공판 당일 바로 붙잡아 수감하고 장석중(張錫重)피고인은 이튿날 자진출두해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검찰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원과 검찰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혹시 불구속 재판 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그런데도 본질을 외면하고 떠넘기기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다.

더군다나 지난달에는 검사가 경찰에 보강수사를 지시한 서류를 검찰직원이 엉뚱하게 법원으로 보냈고 법원 당직 판사는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영장을 발부했다가 취소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에는 법원과 구치소 측의 연락착오로 피고인들이 출석하지 않아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첫 공판이 연기되는 해괴한 일도 생겼다.

법조계가 이렇게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법원과 검찰은 잇따른 기강해이 사태를 반성하고 신뢰회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