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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제전범법정, 히로이토 전 일본천황 등 8명기소

입력 | 2000-12-08 18:27:00


히로히토(裕仁) 전 일본천황과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자 8명이 8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시작된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 남북한 공동검사단에 의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일본네트워크 등 아시아 민간단체가 주최한 이 법정에는 패트리샤 셀러즈 수석검사(유고전범재판 고문)를 비롯해 8개 피해국과 일본의 검사단 등 45명이 참석했다.

아시아 8개국 위안부 피해자 70여명은 방청석 앞줄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며 때때로 깊은 한숨을 내쉬거나 눈물을 흘려 장내를 숙연케 했다.

군위안부 문제는 도쿄재판 등 전후 재판에서 다뤄지지 않았으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민간법정이나 히로히토 전 천황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남북한 공동으로 기소된 8명은 히로히토 전 천황과 도조 전 총리, 미나미 지로(南次郞) 전 조선총독, 이타가키 세이시로(板垣征四郞) 전 조선군사령관, 오카무라 야스지(岡村寧次) 전 중국파견군사령관, 우메즈 요시지로(梅津美治郞) 전 관동군사령관, 안도 리키치(安藤利吉) 전 대만총독, 마쓰야마 유조 전 미얀마군 56사단 사령관.

남측 하종문 검사(한신대 교수)는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237명을 상대로 위안부가 된 과정을 조사한 결과 △사기 120명 △납치 84명 △인신매매 11명 등으로 나타나 상당수가 강제연행됐다”면서 당시 위안부 모집을 요청했던 일본 내무성 자료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북측 황호남 검사(군위안부 대책위 위원)는 북한의 군위안부 피해자 5명의 증언을 비디오로 제시했다. 또 1944년 미얀마 국경에서 임신된 채 발견됐던 박영심(朴永心·78)할머니가 참석해 참혹한 성노예 체험을 증언했다.

주최측에 의해 피고측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마무라 쓰구오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오래 전 사망해 재판이 성립될 수 없으며 이들이 불참한 상태에서는 유죄판결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종판결은 12일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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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공동기소장 내용▼

▽개인의 형사책임〓일본군 성노예 가해자는 무수히 많지만 이번 법정에서는 히로히토 전 천황 등 중요 피고인 8명만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로 기소한다. 특히 히로히토 전 천황은 일본군 최고책임자이자 최고권력자로 군인이 저지른 범죄에 관여했거나 묵인한 책임이 있다. 피고인들은 군대 위안소 정책의 수립과 시행, 위안부 강제연행, 위안소 내 강간 고문 상해 학대 살인, 종전 직후의 대량학살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당시 조선은 일본식민지이므로 전쟁범죄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하나 이는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일본은 1904∼1905년 조선에 군대를 보내 강제 점령을 시작한 후 1905년 강압적으로 외교권을 박탈했으며 1910년 강제 합병했다. 일본의 조선지배는 국제법상 군사적 강점이다.

▽일본 정부 책임〓당시 일본의 천황 총리 관료 군인과 조선총독부 관리, 강제연행과 관련된 민간인 등이 광범위하게 군위안부 제도와 관련돼 있다. 국제법상 정부는 행정기관 등의 잘못에 대해 책임이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개정된 국제형사법을 과거 행위에 소급적용할 수 없다 △전쟁시 강간행위는 당시 국제관습규범상 금지된 것이 아니었다 △전쟁법은 식민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부인한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에 관한 국제관습법, 국제인도법의 근본 원칙, 노예와 노예무역금지에 관한 국제조약, 부녀약취금지에 관한 조약과 국제관습법, ILO강제노동조약 등을 위반했으며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 일본은 또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죄와 피해배상, 책임자 처벌, 피해자명예회복, 생존자 귀환 및 유골 송환 등의 의무가 있으며 성노예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역사교육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