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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이슈분석] "열린금고 파문 의 핵폭발성 어디까지"

입력 | 2000-11-25 15:54:00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열린상호신용금고도 대주주에게 불법대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불법대출 사건은 정관계 로비로 까지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열린상호신용금고가 대주주인 MCI코리아(대표 진승현)에게 377억원을 불법대출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잇따라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사건,한스종금 비리와 연결됐다는 점으로 확산,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금고는 벤처붐을 타고 성장한 젊은 사업가에 의해 주도되면서 정,관계를 망라한 폭넓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금융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술까지 요구받고 있다.

◆정관계 뒤흔드는 핵폭탄 가능성

금융감독원은 23일 서울 열린금고에 대해 지난 8일부터 정밀 검사한 결과 지난 5월 이후 관계사들을 통해 총 377억원의 자금을 대주주인 MCI코리아에 우회 대출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MCI코리아에 넘어간 377억원의 불법 대출액 가운데 99억원이 상환돼 현재 대출 잔액은 278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열린금고가 MCI코리아의 관계사인 동신(주)에게 동일인 대출한도를 21억원 초과해 총 55억원을 대출한 사실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MCI코리아의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지난 10일자로 진승현 대표와 열린금고의 전.현직 사장 등 관련자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금감원 검사결과 열린금고는 대주주인 MCI코리아의 관계사인 동신 등에 자기자본의 2배에 가까운 377억원을 무담보 대출했고 동신 등은 이를 MCI코리아에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MCI코리아는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진승현씨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전문회사다.

열린금고는 작년 8월과 9월에도 293억원과 250억원을 MCI코리아의 관계사인 시그마창업투자를 통해 우회 대출한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돼 대표이사와 감사가 면직조치를 받은바 있다.

◆정현준 스캔들과 너무나 닮은꼴

구속중인 동방금고 비리관련 정현준씨와 이번 열린금고 사건에 등장하는 진승현씨는 벤처열풍에 편승해 급성장한 젊은 '벤처사냥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금확보를 위한 비밀창구로 신용금고를 선택해 이를 인수한것도 똑같다.

심지어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받은 수법도 판박이다.

이들 두사람은 벤처열풍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해 짧은 시간내 벤처업계의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으나 결국엔 일장춘몽으로 마감됐다.

이들에겐 금융분야에 밝은 프로들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정현준 사장은 사채업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이경자씨(동방금고 부회장)가 있었고, 진승현 씨는 국제금융에 밝은 고창곤씨 (전 리젠트증권 사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정현준씨가 이경자 부회장과 유조웅씨(전 동방금고 사장)를 통해 장래찬 전 금감원 국장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승현씨는 관계에 발이 넓은 신인철 한스종금 감사가 로비창구를 맡았던 것으로 금감원 주변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김영재 부원장보의 경우 옛 아세아종금(한스종금)의 증권사 전환 및 인수합병(M&A)에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신인철씨로부터 49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금감원 "10개 신용금고,부당 여신 취급 조사중"

금융감독원은 현재 열린금고를 포함해 10개의 금고에 대해 부당 여신취급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열린금고의 경우 출자자에 대한 여신 부당취급 등의 혐의로 지난 8일부터 검사를 하고 있으며, 열린금고외에도 9개 금고에 대해 검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벤처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상호신용금고를 대상으로 불법대출 검사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열린금고를 포함해 10개 금고에 대한 검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는 올 연말까지 금고업계 구조조정을 마치겠다는 당초 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이며, 벤처기업이 최근 인수한 금고를 목표로 해서 검사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검사중인 10개 금고 가운데 벤처기업이 인수한 금고가 몇 개 포함돼 있어 이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벤처기업이 대주주인 금고를 겨냥한 검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금감원 관리감독 사실상 무방비 상태

신용금고의 대주주 불법대출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금감원의 감독이 너무 느슨하고 처벌도 약해 불법대출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하기 이전인 작년 8월과 9월에도 열린금고측이 각각 338억원과 300억원을 관계사를 통해 대주주인 MCI코리아에 우회 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진승현씨는 작년 8월초 열린금고를 인수한 직후부터 불법대출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의 1차 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나 338억원의 대출액을 모두 상환해 위기를 모면한뒤 5일만에 다시 3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처음부터 금고운영보다는 불법대출이 목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두차례 모두 대표이사와 감사를 면직하고, 관련 임원들을 문책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에대해 금감원은 "현행 금고법에 따를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출자자 대출 총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넘을 경우 영업정지 조치가 가능하지만 열린금고의 경우 검사기간중 대출액을 모두 상환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진승현씨,지난해 8월 열린금고 인수직후부터 불법대출 시작

진승현 MCI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8월 열린금고를 인수한 직후부터 불법대출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린금고는 또 금융감독원의 1차 검사도중 불법대출금을 모두 갚아 검찰고발을 피한 뒤 그 자금을 곧바로 다시 불법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 씨가 열린금고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 8월5일이다.

금감원이 열린금고의 불법대출 첩보를 입수, 검사에 착수한 것이 9월6일인 점을 감안할 때 금고인수 직후부터 불법대출을 시작한 셈이다. 금감원은 당시 불법대출금 337억원을 적발, 임직원을 문책했다.

진 씨는 금감원의 1차 검사결과 검찰고발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검사기간중 불법대출금을 모두 갚으면 검찰고발을 피할 수 있는 금감원 규정을 악용, 검사도중 불법대출금 337억원을 모두 갚아 검찰고발을 피했다.

당시 검사를 지휘했던 담당국장은 자살한 장래찬 전 국장이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나중에 2차 검사를 나갔더니 1차 검사반이 철수한 다음날 갚았던 불법대출금을 다시 빼내갔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및 금감원에 치명타 불가피

이번 열린금고 불법대출 파장은 아직 정현준 스캔들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 나온것이어서 금융시장은 물론 금융감독기관인 금감원은 초비상 상태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연관돼 있는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을 둘러싼 비리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인지수사를 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열린금고 부당대출 및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착수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금융비리이상의 무게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한스종금 사건의 경우 인수과정에서의 이면계약과 이에 따른 불법대출 묵인, 외국 유령회사를 동원한 외자유치 사기 가능성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진승현씨가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관계 로비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진씨는 또 지난 3월에는 MCI코리아 계열사인 현대창투를 통해 리젠트 종금으로부터 368억원을 부당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과 종금, 금고 등 금융기관들이 진씨 소유의 벤처기업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이 대형 스캔들로 확산될 경우 얼어붙은 벤처 및 코스닥시장은 물론 금융시스템과 금융감독기관에 철퇴를 가할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