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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분당버스종합터미널 개점휴업

입력 | 2000-11-20 19:11:00


수도권 남부지역 최대 규모의 경기성남시 ‘분당 버스종합터미널’이 사업 시행자와 운영업체간 이견으로 사용 승인이 난 지 8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부동산신탁’은 운영업체에 조속한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터미널 운영업체인 ㈜성일측은 사업 시행자가 사전 협의도 없이탑승장을 지하에 설치, 매연과 악취등의 문제가 발생해 이전할 수 없다는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미 터미널 건물에 분양받은 2000여개 상가들은 개점도 하지 못한 채 금융비용만 부담하고 있고, 일부는 점포 매각에나서는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터미널 개요〓분당구 야탑동 341 일대 8300여평 부지에 지하4층 지상7층 연건평 6만2400평 규모의 초대형 버스터미널로 1일 이용객 3만2000명이 예상되는 복합 교통, 문화, 유통 시설. ㈜중일이 94년 12월 착공했으나 부도가 나 ‘한국부동산신탁’이 97년부터 사업을 맡았고 삼성중공업이 시공했다. 지하1층에 버스 20여대가 동시에 출발할 수 있는 승차장이, 지상1층에는 하차장을 각각 갖췄다.올 3월 가사용 승인을 받아 ‘카르푸’ 야탑점, 복합영화관 등이 문을 열었지만 정작 터미널과 대부분 상가들은 비어 있다.

▽운영업체 입장〓현재 성남 모란터미널을 운영 중인 ㈜성일은 94년 분당터미널이 완공되면 이전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약정 당시에는 승하차장이 모두 지상에 설계돼 있었으나 중간에 승차장이 지하로 설계 변경돼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일의 김유택 상무는 “지하에 위치할 경우 매연으로 인해 터미널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전국의 터미널 중에서 지하에 들어간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올 8월 성남시 관계자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내버스 10대를 지하 승차장에서 시험 운영했으나 30여분만에 매연이 가득 차는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성일측은 승차장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지하층에 완벽한 매연 배출 및 공기정화시설을 갖춘 뒤 시험 가동을 거쳐 문제가 없어야 이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 시행자 입장〓한국부동산신탁 송영호 팀장(45)은 “인근 주민들이 매연 문제를 내세워 반대하는 바람에 승차장이 지하로 설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와서 지상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만큼 지하층의 환기구 증설 등 매연 배출 및 공기정화설비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팀장은 또 “이 공사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만큼 조속한 개장을 위해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나〓그러나 매연 배출 시설 등의 설비 공사와 시험 가동, 보증금과 관리비 협의 등 복잡한 절차를 남겨 두고 있어 상당 기간 개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터미널 개장이 늦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입점 예정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조만간 당사자들을 불러 적극적인 중재로 문제 해결을 시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