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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녹색연합 지뢰 매설실태 보고서

입력 | 2000-11-14 18:55:00


‘경고! 지뢰지대’ ‘지뢰(MINE) 꽝.’ 지뢰의 위협은 비무장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녹색연합이 이날 보고한 후방지역 대인지뢰 매설 실태에 따르면 지뢰의 공포는 국립공원과 대도시 등 우리 삶 바로 가까이에 스며들어 있다.

▽현황〓백두대간 자락인 오대산국립공원의 경우 평창군 도암면 황병산 정상 부근을 중심으로 8부 능선을 돌아가며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다. 특히 도로 옆에도 대인지뢰가 묻혀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경기 성남시 남한산성도립공원도 실정은 마찬가지. 검단산 정상 일대 군사시설 주변을 비롯해 산 정상부의 도로변과 등산로 주변에도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양산의 가지산도립공원에도 대인지뢰지역 바로 곁에 등산로가 나 있다.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에서 우면산쪽으로 300∼400m만 들어가면 지뢰지대. 14일까지도 우면산 정상의 군사시설 주변을 따라 8부능선을 돌아가며 지뢰 경고판과 철조망이 산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 지뢰지대 옆으로 서초구청에서 정비해 놓은 등산로가 있다.

▽지뢰 관련 사고〓지뢰 관련 인명 사고는 실상이 제대로 드러난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알려진 내용만 보면 96년 서울 우면산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던 여성이, 90년과 91년 오대산에서도 산나물 채취 할머니들이 대인지뢰를 밟아 다리를 절단했다(당시 공군 확인). 충남 태안 안흥에서는 98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전화선 작업을 하던 한광석씨(당시 36세)가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를 당했다.

폭우나 홍수 때 지뢰 유실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홍성 제기산에서 95년 8월 폭우로 지뢰가 유실됐고 성남 남한산성에서는 97년 4월 군 당국이 ‘90년경 부대 주변 대인지뢰가 인근 사기막골로 유실됐다’고 성남시에 통보하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 안중리에서는 97년 7월과 98년 8월 집중호우로 지뢰가 유실됐다는 군 당국의 통보가 있었다.

또 부산 태종대에서는 96년 2월 중리산 일대에 산불이 났으나 지뢰 때문에 진화를 못했고 전남 나주 금성산에서도 97년 2월 산불이 났으나 지뢰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녹색연합 서재철(徐載哲)생태보전부장은 “지뢰가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국립공원 및 야산 등산로 주변에도 묻혀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며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전방뿐만 아니라 후방지역 대인지뢰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입장〓군 관계자는 “후방지역 군사시설 주변의 지뢰 매설 작업은 1968년 김신조 등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주요 군사시설을 보호 목적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전까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전국 후방 39개 지역의 내외곽 2중 경계 철책내에 대인폭풍지뢰 등 모두 7만5000여발이 매설돼 있었지만 등산로에는 없으며 상당량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올해 부대를 이전한 △대구 가창 △경남 하동 금오산 △충남 광천 △충남 안흥 △경기 의정부 호명산 등 5곳과 △서울 우면산 △경기 광주 등 모두 7곳에 대한 지뢰 제거작업을 실시해 대구 가창을 제외한 전역의 지뢰가 제거됐다는 것. 또 부대 이전 지역중 부산 중리산과 하동 금오리 지역은 내년에 지뢰를 제거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군은 현재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32개 지역에 대해 도시 주변 지역부터 연차적으로 지뢰를 제거키로 하고 내년도 예산에 그 비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