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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칼럼]돌아온 '프로농구 계절', 돌아온 '관중 무시'

입력 | 2000-11-06 13:54:00


프로농구의 시즌이 돌아왔다.

허재, 이상민, 서장훈 등 우리의 스타들과 화려한 개인기를 갖고 있는 용병들이 코트를 뜨겁게 달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음으로 가슴이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근데 한국농구연맹(KBL)의 근시안적인 행태로 팬들이 입이 이만큼 튀어나왔다.

첫째 원인은 경기시간의 이상한 조정. 지난 시즌까지 주말 3시에 열리던 경기가 올시즌부터는 2시로 앞당겨졌다. 토요일에 학생들은 12시 50분에 정규수업이 끝나고 직장인들은 1시가 평균 퇴근시간이다. 이 시간 이후에 죽어라고 뛰어서 경기장까지 가야 한다. 주말에 여유있게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전혀 주지 못한다. 학교수업과 직장의 빠듯함 속에서의 탈피는커녕 심적으로 더 바쁘게만 한다. 결국 토요일에 경기를 보기 위해서 땡땡이라도 치라는 말인가?

더 열받는 사실은 경기시간을 앞당긴 이유가 방송사들의 요구에 의해서란다. 3시보다는 2시가 방송하기에 여러모로 수월하다는 것이 주된 원인.

여기서 KBL이 잔머리를 굴렸다. 관중수입보다는 방송사를 통한 중계권료가 훨씬 이득이 많다는 것이 KBL의 입장. 이런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프로농구가 관중의 상황은 전혀 무시한 체 자신들의 손익 계산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두 번째로 열받는 것은 고무줄같은 경기 운영방침. 개막전인 열린 4일 청주체육관. 2시까지 입장한 유료관중이 고작 500명에 불과하니까 협회에서는 임의로 20~30분간 경기 시간을 늦췄다.

동원관중 1500여명과 유료관중 500여명을 앉혀놓고 개막식 행사를 하긴 좀 쑥수러워서 행한 조치. 그 덕에 뭐빠지게 경기장에 쫓아간 관중들은 20~30분의 시간을 그냥 보내버렸다.

자신들의 시행착오를 관중들의 불편함과 바꿔버린 처사. 그렇다면 앞으로도 관중수가 적은 상황에서는 언제나 이처럼 경기 시간을 지연시킬 것인가?

충분히 그럴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에 이어 프로농구도 뚜렷한 관중감소와 인기쇄락을 맛봐야지만 팬들의 입장에 선 어떤 방안이 제시될 것인가?

하여간 우리나라의 행정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데는 선수들이던지 아니면 대단한 건망증환자들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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