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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삼성車 퇴출 고민…손떼자니 여론 눈치, 끌어안자니 밑빠

입력 | 2000-11-02 19:02:00


올해 무려 10조원대의 순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되는 삼성이지만 퇴출기업 발표가 ‘먼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하기에 앞서 전초기지 격으로 세운 삼성상용차가 퇴출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

96년 대구 성서공단에 설립돼 트럭과 특수차량을 생산해온 삼성상용차는 건설경기 장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극심한 영업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20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누적결손금이 2892억원으로 납입자본금 4400억원중 66%가 잠식됐다. 영업손실이 1067억원으로 매출액(1075억원)과 비슷해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불어나는 신세다.

작년말 현재 부채비율은 490.6%. 삼성생명 등 계열 금융사의 긴급지원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회생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퇴출설이 끊임없이 나오자 노조는 그룹측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의 고민은 시장논리에 따라 상용차에서 손을 떼자니 ‘삼성차 원죄론’과 맞물려 노조와 지역사회 등 여론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계속 끌어안고 가자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계열사들도 추가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상용차의 부실규모는 3000억원에 못미치는 규모여서 그룹 차원에서 감당못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일단 채권단의 판단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삼성의 태도에 대해 채권단이 퇴출결정을 내릴 경우 마지못한 척 따르겠다는 심산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퇴출로 인한 이미지 훼손보다는 골칫덩어리를 제거하는 쪽의 효용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 하지만 채권단이 삼성측 희망대로 상용차를 퇴출시킬지는 미지수.

삼성측은 “만약 회생결정이 내려질 경우 해외에 원활히 매각하는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