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윤득헌의 스포츠 세상]올림픽을 넘는 감동드라마

입력 | 2000-10-23 18:50:00


소리를 찰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소리를 찼다. 아주 익숙하게. 그들은 공에서 나는 소리에 의존해 축구공을 드리블하고 슈팅을 했다. 지난주 KBS TV가 전한 스페인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축구 월드컵과 한국 선수단의 훈련 및 경기는 일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상 방지를 위해 두툼한 머리띠와 안대를 한 선수들이 보여준 다양한 표정은 여느 스포츠 현장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시드니에서 18일 개막된 장애인올림픽 첫날 여자공기소총 입사에서 우승, 한국팀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임연선수(34)는 너무도 밝았다. 그는 장애인올림픽에서 3회 연속 금메달과 함께 자신의 세계기록도 경신했다. 지체장애로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소속팀 훈련은 일반 선수들과 함께 해 온 그는 ‘땀을 흘린 노력을 평가받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장애인 스포츠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장애인 스포츠는 원래 재활 방법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1944년 영국 스토크맨더빌 병원에 척수장애과를 만든 루드비히 거트만이 1948년 다른 재활센터의 환자도 참가하는 장애인체육대회를 주재함으로써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장애 유형별 국제경기도 열렸고, 1960년 로마올림픽이 끝난 뒤부터는 장애인올림픽이 열렸다. 그후 멕시코시티(1968년)와 모스크바(1980년)를 제외하고 장애인올림픽은 올림픽 개최지에서 열렸다. 장애인위원회와 올림픽위원회가 장애인과 정상인의 동등성 강조를 위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장애인올림픽은 이제 규모로 보든 경기 종목으로 보든 중요한 스포츠로 변모했다. 1960년 로마대회에는 23개국에서 400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지만 이번 시드니 대회에는 125개국에서 4000여 선수가 출전했다. 경기 종목도 육상, 사이클, 보치아, 휠체어농구, 펜싱, 축구, 유도, 역도 등 18개 종목이나 된다. 그중 장애인 전용 경기는 6종목뿐이다. 우리나라도 13개 종목에 119명의 선수단이 출전했다.

장애인올림픽에는 올림픽 무대 이상의 인간 드라마가 있다. 스포츠에서 높게 평가되는 기록 면에서 주목을 끄는 것도 많다. 우리나라 출전 선수 중에도 4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선수와 12년만에 출전한 선수가 있다. 특히 미국의 여자수영선수 트리샤 조른은 메달 획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천적 시력장애인인 36세의 조른은 5번의 올림픽에서 무려 4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중 금메달은 41개. 그는 대회 전 ‘수영의 새로운 과학과 기술을 배웠다’며 여전히 메달 도전 의욕을 과시했다.

장애인 스포츠를 일반 스포츠와 다르게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윤득헌dh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