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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후 한국]두번째 노벨상 누가 탈까?

입력 | 2000-10-16 18:43:00


21세기 두 번째로 한국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인물은 누구일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과학과 문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살펴본다.

▼과학분야▼

노벨상은 물리 화학 생리의학 등 과학 분야의 상이 다양하고 역사도 깊다.

과학자들은 당장 상을 받을 만한 국내 과학자를 찾기 힘들고, 받는다 해도 재미 과학자에게 영광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화학과 김성호 교수. 그는 1970년 전달RNA의 3차원 구조를 밝혀냈다. 여러 차례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김교수는 1987년 세계 최초로 발암단백질 라스의 3차원 구조를 밝히기도 했다.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주인공 이휘소 박사와 단짝이었던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이원용 교수도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이교수는 고에너지 소립자 물리학 분야 권위자로 1960년대 초 발표한 논문 ‘양성자―반양성자의 소멸’은 소립자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세포 신호전달 연구분야에서 독보적 존재인 미국 국립보건원(NIH) 이서구 박사도 노벨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 세대로는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투 단서를 밝힌 미국 MIT대의 교포 2세 피터 김 교수와 뇌졸중의 메커니즘을 밝힌 워싱턴의대 데니스 최 교수. 노벨 생리의학상은 보통 임상에서 성과가 나온 뒤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의학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에이즈와 뇌졸중 등의 치료법이 나온다면 이들 40대가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학자 중엔 고체물리학자로 새로운 원자의 구조 계산법과 나노 튜브 반도체를 개발한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 1976년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밝혀낸 이호왕 박사(아산생명과학연구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고등과학원 김정욱 원장은 “앞으로 10년 내에는 국내 수상자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기초분야에 대한 투자가 없고 응용분야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대 신경과 고재영, 전남대 약리학과 이재운, 조선대 약리학과 유호진 교수 등 10∼20여년 뒤의 노벨상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과학자는 적지 않다.

▼문학상▼

그동안 우리나라가 노벨상에 가장 희망을 걸어왔던 분야가 문학상. 어느 정도 지역 및 문화권에 따른 안배 형식을 취해 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1988년 서울 국제펜클럽대회를 계기로 한국펜클럽이 매년 공식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김시철(金時哲) 한국펜클럽회장은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씨가 5회 추천으로 최다 추천 기록을 갖고 있으며 구상(具常)시인이 2회, 한말숙(韓末淑) 최인훈(崔仁勳) 고 김동리(金東里)씨 등이 추천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영일(김지하)씨는 70년대 일본펜클럽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박경리(朴景利) 이문열(李文烈)씨 등도 개인 또는 이런저런 단체의 추천을 받아왔다.

지난달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문인들은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아직 세계 문단 분위기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작품이 추천되고 영어 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되는 외에 해외에서 일정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매스컴에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유럽어와 판이한 우리말 구조도 걸림돌이다.

김시철 펜클럽회장은 “미당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여겨졌으나, 번역해 보면 작품의 독특한 색채가 희석돼 차라리 한국의 독특한 현대사를 작품에서 보여주는 문인을 추천하기로 펜클럽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