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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북관계 개선 우리만 소외" 초조

입력 | 2000-10-13 23:49:00


북한과 미국의 급격한 접근을 보는 일본의 입장은 초조하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대북정책을 조율해 왔으나 한국과 미국이 잇따라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꾀하게 되면 일본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내에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방북해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모리 총리는 정상적인 외교 루트를 통하지 않고 김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등 정상회담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김 국방위원장이 쥐고 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찮다. 국교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일본인 납치의혹과 요도호 납치범의 해결전망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등을 양보해 가면서까지 국교정상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신중론자들은 또 여론에 밀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서두를 경우 협상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일본에게 대북 관계개선을 강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일 관계는 이달 30일부터 사흘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11차 국교정상화교섭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북한에 50만t의 쌀을 지원키로 하고 북―미 관계가 변화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유연한 태도로 나올 경우 ‘정치적 결단론’이 힘을 얻어 북―일 관계도 빠른 물살을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