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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따라잡기]공적자금 추가조성으로 구조조정 빨라져야

입력 | 2000-09-22 09:14:00


정부가 40조원규모의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키로 함에 따라 금융구조조정에 가속도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증시는 국제 유가,반도체가격 하락등 해외 요인은 어쩔수 없지만 국내의 커다란 악재 요인이 하나 제거돼 다시 살아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109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또다시 국민의 부담을 강요하는 정부는 이번에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책임감으로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하지만 공적자금 조성에는 국회의 동의라는 벽이 남아있어 구조조정이 얼마나 신속히 이루어질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5월만 해도 앞으로 필요한 공적자금을 30조원정도로 파악하고 금년에는 이중 20조원을 기존 투입자금 회수와 금융기관 차입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은행,투신등의 잠재 부실이 드러나고 보험,종금등 제2금융권의 정리가 본격화되면서 예금 대지급등 공적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났다. 반면 주가하락으로 기존에 투입한 자금의 회수는 점점 어려워져 금융시장에서는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정부도 내부적으로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지만 국회의 동의 문제등이 쉽지않아 금융기관 차입등 차선책 찾기에 골몰했다.

공적자금 조성이 늦어지면서 금융구조조정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자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해외의 분석기관에서 한국의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증시는 정부가 갖가지 수요 확충 방안을 내놓았음에도 힘을 잃어갔다.

그러던중 국제 유가의 급등과 대우자동차 매각 무산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며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자 정부는 이를 계기삼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내놓으며 구조조정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과 함께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새 청사진도 마련,곧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 조성되는 공적자금은 우선 은행권의 BIS비율 10%를 맞추는데 총 6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은행권은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로의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달말까지 각 은행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부실은행들의 짝짓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량은행들은 이미 합병을 위한 물밑 협상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실은행은 공적 자금 투입후 지주회사 자회사 방식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당초 5조3000억원으로 예정했던 서울보증보험 투입자금은 8조7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금고 및 신협의 추가 구조조정 자금도 3조9000억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확대돼 지방 금고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부실사 정리도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차 처리 지연와 워크아웃 기업등에 대한 은행권의 추가 손실도 대손충당금 적립 지원용으로 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추가손실 발생을 막게 된다.

금융구조조정과 함께 부실·한계기업 정리도 강력히 추진될 전망이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기업중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을 조기에 정리해야 은행등 금융권의 잠재 부실이 제거되고 우량기업으로의 자금 선순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누리증권 안동규 이사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구조조정이 이번에 정말 마지막이 되기 위해서는 잠재부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을 통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위해서는 넘어야할 벽도 많다.우선 여·여간 정쟁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가 과연 신속히 공적자금 조성을 동의해줄지가 문제이다.정부는 10월중 국회에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나 국회가 동의를 제때 해주지않을 경우 구조조정이 기약없이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공적자금과 공공자금등으로 총 109조원을 쏟아부은 정부는 국민에게 그동안 이를 제대로 썼는지 설득하는 일도 남아있다.또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공적자금을 언제까지 회수할 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결국 정부는 다시한번 국민의 고통 분담을 담보삼아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나선 만큼 이번에는 정말로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은행등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승윤par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