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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최영해/비리기업 감싸는 금감원

입력 | 2000-08-21 18:48:00


21일 금융감독원 기자실. 조재호신용감독국장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문제가 된 기업과 기업주의 명단이 빠져 있었다. 기자들은 조사 결과를 제대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금감원은 발표를 하루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금감원이 당초 일정보다 보름이나 늦게 문제가 된 기업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 자리였다.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44개 기업 실태 조사는 7월 한달동안 이루어졌었다.

문제는 금감원이 실태 조사를 통해 밝혀낸 갖가지 비리 유형을 사례별로 15가지나 내놓으면서도 정작 해당 기업과 문제가 된 사주 및 경영진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한 것이다. 기업주가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부당하게 사용한 사례라든지 사주가 개인 친분에 따라 관계회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바람에 회사 부실이 더 깊어지는 등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워크아웃기업 비리가 조사결과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문제가 된 기업 명단을 밝히지 않고 국세청에 통보해 세무조사를 의뢰하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불법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사직 당국에 고발한다는 으름장만 놨다. 워크아웃 중간 과정에서 명단이 새나가면 회사 회생은커녕 오히려 부실을 더 부채질하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의 변명이었다.

금감원의 논리는 일단 워크아웃 울타리에 들어가 살릴 기업으로 정했으면 중간 과정이 어떻든 경영진과 사주의 도덕적 해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부실을 은폐하겠다는 소리로밖에들리지 않는다. 조사 과정에서 금감원은 정치권의 압력과 회유성 전화도 수차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그동안 투명성의 원칙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되뇌어왔다. 투명성의 확보야말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런 금감원이 부실의 부담을 직간접적으로 다수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는 워크아웃기업을 대하는 태도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