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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政 평행선…폐업 장기화 조짐

입력 | 2000-08-14 18:36:00


과연 의―정(醫―政)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까.

의료계의 각 직능단체를 망라한 ‘비상 공동대표 소위’는 의료계 폐업 나흘째인 14일 약사법 재개정 및 의료 환경 개선을 골자로 하는 최종 협상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협상안이 확정되기 직전 전공의들이 “경찰의 전국의사대회 ‘폭력 진압’에 대한 사과 및 구속자 석방, 수배 해제 등 전제조건이 선행되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며 물꼬를 틀어막아 의료계 폐업사태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원로들은 모임을 갖고 의사들의 진료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사태 수습을 위해 구속된 의사협회 간부들을 석방할 것을 정부측에 제안했다.

▽의료계 요구〓소위는 가장 핵심적인 약사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 기관지염 천식 위궤양 등에 쓰이는 일반의약품의 최소 포장 단위를 30알로 해야 한다는 요구를 다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조제를 할 수 없는 상용처방의약품을 600품목으로 제한한 것은 ‘작가에게 600개의 단어로 글을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약사들의 끼워팔기 처벌 조항을 명시하고 일반의약품 낱알 판매 금지를 5개월 유예한 조치와 관련, 같은 기간 병의원내 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의보수가 조기 현실화를 비롯,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수가를 계약할 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완전 독립시키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의정 협상 전망〓의료계 협상안은 마련됐으나 전공의는 “소위가 구속자 석방 등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협상에 들어가면 소위를 탈퇴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임의 개원의 등도 이에 동조, 소위 입장으로 관철되면서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됐다.

의정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난관이 적지 않다. 이미 정부는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며 의료계가 폐업을 계속할 경우 주동자 사법처리 등의 수순을 밟겠다는 강경 태세를 밝혔다.

특히 약사법은 분업평가단의 분석 결과에 따라 재개정하며 의료환경 개선 문제는 보건의료발전특위에서 논의하자는 것이 정부측 입장. 이에 대해 전공의는 ‘장기전 불사’를 선언, 사태 해결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가 약사의 직능을 부정하는 현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의료계의 의료보험 부당 과다 청구, 의약분업 교란 등을 폭로하고 의료기관 불법행위를 감시하기로 하는 등 의료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 공백 완화〓이날도 동네의원들의 47.4%가 문을 닫았으나 이는 폐업 첫날인 11일의 휴진율 59.8%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든 비율. 특히 서울대병원,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에선 처방전 발급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따로 창구를 만드는 등 환자 편의를 돌보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병원은 일부 과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외래 진료를 하고 있으며 항암제 인슐린 등 지속적으로 투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별도의 처방안내센터를 설치했다.

의대교수들이 철수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는 만성질환자 등 투약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창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평소 80건에 이르던 수술환자는 이날 14건에 불과했고 병상가동률도 47.3%에 머물러 환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겪었다.

sya@donga.com

의료계 주요 요구사항 (잠정안)

약사법 재개정 약속

일반의약품 낱알 판매하는 내년 초까지 병의원 내 조제 허용

약국 ‘끼워 팔기’ 처벌 조항 명시

처방전은 1장만 발부 및 질병 분류기호 기록 삭제

일반의약품 최소 포장단위 30알(단 예외품목 인정)

대체조제할 수 없는 상용처방의약품 600품목으로 제한한 규정 삭제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 시 책임소재 명확화

의료환경 개선

의보수가 조기 현실화, 처방료 진찰료 통합, 수가계약제 정부 개입 여지 봉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