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386'의사의 용감한 호소]"이제 그만 가운을 입자"

입력 | 2000-08-11 18:47:00


“의사들이 진정 의료개혁을 원한다면 자기반성과 개혁의 결의를 가지고 국민에게 되돌아와야 합니다.”

11일 의대 교수들의 외래진료 거부와 의료계 전면 재폐업 사태를 지켜보며 한양대 의대 신영전(申榮全·37·예방의학과)교수가 특히 제자이자 후배들인 의대생과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보내는 말이다.

그는 자신도 의사이지만 의사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려든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물론 의사들도 파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업을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면서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주장하는 것이 호소력이 있겠습니까.”

신교수는 먼저 자기반성과 결의를 해야 하는 이들은 바로 의사들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의료체계가 어긋나게 된 책임은 우선은 정부에 있겠지만 오랜 기간 이 같은 불합리에 맞서기보다 담합과 급행료, 과잉진료 등으로 그때그때 넘겨온 의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희망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입니다. 적어도 장래가 창창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이러한 불의를 반성하고 여기에 저항할 것을 결의해야 이들이 온전히 국민 곁에 다시 설 수 있을 겁니다.”

의사 사회의 폐쇄성도 의사들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 이유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의료계도 요구가 있다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폐업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식의 싸움에서 의사들이 무언가를 얻어낸다면 그게 뭘까요. 정부와의 야합을 통한 수가인상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간 의사들의 싸움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었다는 누명을 벗지 못할 것이고 국민적 저항을 맞이할 수 있겠지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료계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쳇말로 ‘왕따’가 되기에 충분한 터. 그러나 그는 소신있는 왕따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1차 의료대란 당시 의대교수 파업 때 한양대 교수 240여명 중 유일하게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은 그였다. 이번에도 10일 ‘외래진료 전면 철수’를 선언했던 의대교수협의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신교수는 6월 의료계 집단폐업이 시작되기 직전에도 한양대 의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나는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제자인 전공의들에게 글을 보내 “여러분의 진료거부로 단 한사람이라도 희생된다면 설령 당신들이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양심의 싸움에서 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권력은 지식이나 단결이 아닌 환자들에 대한 애정과 헌신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당장의 싸움에서 지더라도 환자들이 곁에 남아있는 의사가 진정한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의사로서의 그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위한 싸움에서 이기는 날은 바로 국민이 의사들의 싸움을 지지하며 성원의 꽃다발을 보내주는 날이 아닐까요.”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