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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戰 1주년]대규모 自爆 테러설…러 초긴장

입력 | 2000-08-03 18:44:00


7일로 2차 체첸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되지만 여전히 포연과 총성은 그치지 않고 있다.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은 2일 “체첸반군이 개전 1주년을 맞아 6, 7일부터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주요도시에서 인질극 등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수도 그로즈니와 체첸 제2의 도시이며 현재 임시행정부가 있는 구데르메스, 아르군 등이 공격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이들 도시의 차량을 통제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확전가능성〓러시아군은 94년 1차전처럼 반군이 병원 등 민간시설에서 인질극을 벌이거나 폭탄테러 자폭공격 등을 감행하려는 움직임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르게이 야스트르젬브스키 대통령 체첸담당 보좌관은 2일 “체첸뿐만 아니라 북오세티야 등 인근 지역까지 테러전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러시아군은 500∼600명의 반군이 동쪽 다게스탄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반군이 다게스탄을 침공하면서 체첸전이 시작됐기 때문.

다게스탄은 9만2000여명의 체첸인이 살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민족이 언어 종교 문화 등에서 체첸인과 닮은 점이 많아 인근 공화국 중 체첸과 가장 가깝다. 반군은 지난해 체첸과 다게스탄에 걸친 이슬람공화국을 건설하겠다며 봉기했다.

전문가들은 전선이 카프카스 지역으로 확대된다면 다게스탄이 ‘제2의 체첸’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1년 동안의 전쟁〓러시아군은 “반군이 전면적인 반격을 펼칠 여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군 총참모본부는 1년 동안 반군 1만400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전쟁 전 2만6000명이던 반군 규모는 현재 2000명으로 줄어들었고 그 중 500명이 아랍인 등의 용병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군당국은 매번 “반군이 2000∼3000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발표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언론조차 군당국의 발표를 의심하고 있다.

그동안 병력의 열세를 무릅쓰고 대(對)러시아 항전을 이끌어온 반군 지도자들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부상했다. 에미르 하타프는 가슴에 총상을 입었고 샤밀 바사예프는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러시아정국 바꾼 체첸전〓지난해 8월 반군 2000여명이 다게스탄으로 진격하자 당시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는 “다시 러시아군이 체첸에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수세적이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이 신임 총리가 되자 러시아군은 공습과 포격으로 체첸침공을 시작했다. 푸틴은 러시아군이 뜻밖에 계속 승리를 거두자 그 인기를 몰아 대권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푸틴이 체첸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푸틴은 2일 공수부대를 방문, 연설하면서 “반군의 다게스탄 침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뜻밖이었지만 모두에게 그랬던 것은 아니다”며 반군의 침공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을 암시했다.

▽체첸의 장래〓종교지도자 아흐마트 카드이로프(49)가 6월 임시행정부 수반이 돼친러정부를 이끌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체첸을 다시 인근 잉구셰티야와 통합시키려 하고 있다. 원래 체첸―잉구셰티야공화국이었으나 91년 체첸이 분리됐던 것을 다시 합치려는 것.

두 공화국은 인종적으로 가깝고 전쟁 후 체첸난민이 대거 유입돼 인구 30만의 잉구셰티야에는 이미 21만명의 체첸난민이 살고 있다.

그러나 루슬란 아우셰프 잉구셰티야 대통령은 2일 “통합에 반대한다”고 밝혀 전쟁이후 체첸의 운명은 여전히 안개 속에 싸여 있다.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