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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금융변혁]외국사례로 본 교훈

입력 | 2000-07-13 19:18:00


‘책임을 추궁하라. 짝짓기 대상을 엄선하라. 금융도 사람 장사다.’

금융파업이 마무리되면서 재편을 앞두고 있는 한국의 금융계에 외국의 금융구조조정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철저한 책임추궁은 모럴해저드를 방지해 부실의 재발을 막고 파트너를 제대로 골라야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난다는 얘기다. 또 우수한 인재가 없는 은행은 결국 퇴출된다는 게 외국의 경험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선 금융기관의 노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적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국내 은행파업에서도 나타났듯이 노조가 쟁의를 벌이는 은행에선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철저히 책임을 물어라〓대표적인 것이 80년대 중반 미국에서 벌어진 747개의 저축대부조합(Savings & Loan) 부실화 사건. 미국 정부는 1800억달러(약 200조원)라는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정리작업을 벌였다. 미 연방자산관리공사(FDIC)와 연방수사국(FBI)은 도산한 677곳 중 417곳에서 사기 횡령 등 형사법 위반혐의가 적발했다. 경영진 회계사 부실기업주 등 1500여명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재판에 회부됐다.

일본에서도 부실은행으로 분류돼 ‘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경영자들은 민사상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감자가 뒤따라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잇따랐고 법원도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체로 인정하는 편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부실경영을 이유로 법원이 손해배상을 판결하면서 경영자의 ‘모럴 해저드’ 사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파트너를 골라라〓‘1등 산업, 3등 금융’의 오명을 벗기 위해 금융빅뱅에 앞장섰지만 일본 금융개혁도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의 와튼연구소는 지난달 “일본 정부가 성급한 개혁을 위해 ‘억지 중매’에 나섰기 때문에 인위적인 연대구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김동환박사는 “다이이치칸교(第一勸業)은행은 합병 20년간이나 다이이치은행 간교 은행의 인사부가 2개 존재했다”며 파트너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뉴욕은행은 정교한 합병목적 설정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 뉴욕은행은 지난 10년간 7번 합병지만 ‘금융 프로세싱’ 분야로만 합병전략을 집중했다. 미국 내 5위였던 카드부문을 체이스맨해튼은행에 매각했고 2등이던 팩토링분야도 GMAC에 팔아치우며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행은 사람장사〓도이체방크 회장은 지난해 국내 민간연구소 연구원 일행이 방문한 자리에서 “도이체방크가 뱅커스트러스트(BTC)은행과 합병하면서 가장 아까운 것은 BTC의 핵심 경영인 5명이 은행을 떠난 일이며 합병 후 3개월만에 새롭게 10명의 ‘고수’를 스카우트한 것이 가장 기뻤다”라고 소개했다. 선진 은행들이 얼마나 ‘인재 확보’에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미국계 증권사의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던 최모과장은 지난해 최대주주 지분이 한국계에서 미국계로 바뀌면서 받은 첫 지시는 “1개월간 뉴욕 현지교육프로그램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최과장은 자신의 연봉과 뉴욕체류비용을 고려할 때 현지교육프로그램에 회사가 투입한 비용은 적어도 3000만원. 그러나 최과장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하면 수시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사람키우기’에 주력한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