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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강수돌/노정갈등 보는 시각 넓혀야

입력 | 2000-07-07 18:51:00


의료계 폐업, 롯데호텔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과잉 음주 진압 시비, 그리고 사회보험노조의 점거 파업과 공권력 투입 등이, 일주일째 연이은 살인 더위 이상으로 노동 현장을 달구고 있다.

이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언론은 이른바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하거나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해 나름대로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노동정책이 참여와 의사소통의 새 노사관계에서 오히려 배제와 일방통행의 낡은 노사관계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롯데호텔 노조파업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술을 마시고 작전에 나섰다는 민주노총측의 의혹 제기 보도(3일자)는 노사관계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계기였다. 서울지법에서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으로 쟁의에 이른 점”을 확인한 것, 보험공단 폭력사태의 전말을 밝힌 기사, 특히 공단측이 노조에 무쟁의 선언을 요구한 것이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사태의 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금융노조 파업과 관련해 5일자에는 이용근금감위원장과 이용득노조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실어, 팽팽한 대립 전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다만 그 앞에 실린 “전산마비 땐 금융공황”이라는 기사는 11일 예정된 금융노조의 파업 이후를 미리 본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이 마치 총체적 파국을 초래할 것처럼 비쳐지게 한다는 점에서, 1995년 한국통신 파업 당시 대통령이 “통신대란”을 거론하며 파업 노동자들을 국가 혼란 세력으로 몰아갔던 기억을 되살리는 듯했다.

이런 점에서 4일자 사설 ‘노정갈등의 본질’은 적절했다. 정부의 정책입안이나 집행과정에 일관성이나 신뢰성이 결여되고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치밀한 계획없이 밀어붙이다가 혼란이 오면 일단 파업만 피해놓고 보자는 식”, 또 “구시대의 미몽에 사로잡혀 공권력의 지원을 기대하며 노사교섭에 불성실한 사용자”라는 지적은 한국 노사관계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았다고 본다.

다만 “구조조정을 하겠다면서 인원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는 비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갔어야 했다. 즉 금융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노동자 삶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수용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최소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구조조정과 생활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묘안을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노동문제는 그 자체가 삶의 문제이기에 시각을 더 넓혀야 한다.

강수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