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탐정 마방진]스팸메일 살인사건

입력 | 2000-07-02 21:22:00


―이민주는 아마 인태형을 통해 내 이름을 알았나 봐.

왈도가 덧붙였다.

―사실 그 전에 여자분이 와서 이민주선생에 대해 물어볼 때나 여러분이 오늘 왔을 때에도 사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쳤죠.

―최정훈 선생이 이민주씨에게서 받은 출입증은 병원 지하에 있는 방사성 물질 연구실 출입증이었어. 그런데 함께 들어와보니, 방사성 장비는 없고 거대한 컴퓨터 장비와 감옥들이 있는 것이었어.

―경비는 없었나?

우용호의 질문에 최정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최선생이 처치했어요. 가스분사기에 마취약을 넣어다니더군요.

―혹시나 해서 만들어본 겁니다. 제가 마취 전문의니까요.

―감방 열쇠는 경비의 주머니 속에 있었고.

마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그들이 알아낸 사실을 요약해서 들려주었다. HMD는 나노봇을 이용한 의식조절장치였고, 이 병원을 장악하고 있는 자는 원장이 아니라 원장의 여비서인 비비라는 것 등이었다. 최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앙컴퓨터실을 찾아갑시다.

―저는 감방들을 살펴보겠어요. 인효를 구출할 겁니다.

마방진의 말을 듣고 최정훈이 열쇠꾸러미를 내놓았다.

―이걸 쓰세요.

―우린 중앙 컴퓨터실을 찾아서, 인태형이 남긴 CD를 집어넣어 보겠어. 내 짐작대로라면 인태형이 만든 이 CD 속의 바이러스로 오르다의 음모를 단숨에 박살낼 수 있을 거야.

―그럼 난 먼저….

마방진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감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우리도 가보세.

우경장이 최정훈과 왈도를 재촉했다.

마방진은 최정훈에게서 받은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자신이 갇혀 있던 복도의 방들을 모두 살펴보았다. 그러나 인효를 찾을 수는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한 마방진은 주저하지 않고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은 UPS 장비들이 있는 곳이었다. 거기서도 인효의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초조해진 마방진은 몸을 숨기며 한층 한층 더 내려갔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어둡고 으스스한 홀이 나왔다.

마방진은 그 홀에서 인효의 비명소리를 듣고 급히 몸을 숨겼다. 마방진은 포복자세로 인효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비비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소리도 들렸다. 부하들은 비비에게 지시를 받더니 홀 밖으로 나갔다. 마방진은 비비가 이것저것 기기들을 조작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방진은 인효가 묶여있는 의자로 접근해 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순간, 복부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비비가 그를 발견하고 소음총을 발사한 것이었다.

―감방은 어떻게 탈출했지?

총알은 갈비뼈 바로 아래를 관통한 것 같았다. 마방진은 손으로 출혈을 막았다.

―자, 여기를 봐. 지금부터 네 여자 친구가 미치는 모습을 서서히 지켜보라구.

비비는 비틀거리는 마방진의 머리채를 끌고 와 인효 앞에 꿇어 앉혔다. 인효는 약을 먹었는지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자기 앞에 놓인 TFT모니터를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운 버전의 스-필을 시험하려는 참이야. 두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 보아.

―인효야, 제발 정신차려. 으윽.

마방진은 필사적으로 인효의 이름을 불렀지만 헛수고였다. 화면에는 기묘한 모양의 도형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인효가 몽롱히 눈을 뜨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화면에 나와있던 도형들이 차츰 모양이 일그러지며 점점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막 지하 어딘가에서 왈도가 중앙 컴퓨터에 인태가 만들어낸 바이러스를 삽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비비가 눈을 크게 뜨며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모니터에는 이제 흰색 노이즈가 잔뜩 낀 화면과 원래의 도형이 있던 화면이 번갈아 나타났다. 비비는 모니터를 쳐보기도 하고 조정 버튼을 돌려보기도 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마방진은 몸을 날려 비비를 덮쳤다. 비비는 충격으로 손에서 총을 떨어뜨리고 나가떨어졌다. 마방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쓰러진 비비를 건너 뛰어 총을 잡았다. 마방진이 방아쇠를 당기자 어둠 한 구석에서 ‘악’하는 비비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비는 피를 흘리며 홀 바깥으로 도망쳤다.

멀리서 거대한 기계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마방진은 인효의 몸을 꼭 껴안았다. 온 몸에 느껴지던 한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삼 주 후, 우용호 경장과 마방진, 레지던트 최정훈, 인효, 왈도는 마방진의 사무실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마방진의 퇴원을 축하하는 파티였지만, 우경장에게서 수사 경과를 듣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우경장이 전해 온 소식은 그러나 개운치 않은 것이었다. 병원장은 구속되었지만, 여비서로 위장했던 비비의 신원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던 것. 비비의 행적도 오리무중이었다. 오르다의 음모가 무엇이었는지 역시 완전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무궁화메디컬센터 지하의 연구소와 VS 사이트는 폐쇄되었다. 또 넥스의 베타 테스터들을 밝혀내 이들의 정신건강을 정상화한 것은 성과였다. 우경장은 마방진이 그런 공로를 자신에게 넘겨준 것을 무척 고마워했다. 그는 경사로 일계급 승진됐다.

―어쩔 수 없잖아? 이 정도만 해도 우리는 놈들의 음모를 일단 저지한 거야. 계속 오르다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수밖에 없지.

모두들 한마디씩 하는 사이, 마방진은 자신의 컴퓨터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벨소리를 듣고는 자리를 떴다.

보낸 사람의 주소는 bb@nowhere.net였다. 첨부파일은 목이 잘린 고양이의 끔찍한 사진뿐, 아무 내용이 없었다.

―무슨 메일이야?

인효가 소파에 앉아 마방진에게 물었다.

―그냥 스팸메일이야.

마방진은 PC를 끄며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 끝 ―

▼용어해설▼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무정전 전원공급 장치. 갑작스럽게 정전이 발생한 경우에 일정한 시간 컴퓨터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한다.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면 컴퓨터가 꺼지면서 이제까지 사용자가 컴퓨터에서 수행했던 작업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는데 UPS를 설치하게 되면, 정전이 되어도 일정한 기간 계속적으로 전원이 공급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수행하던 작업을 정리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전산센터는 이 장치를 갖추고 있고 일부 개인도 중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소형 UPS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시간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운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그동안 해온 작업을 저장해놓은 뒤 시스템을 꺼놓고 정상적인 전원공급을 받아야 한다.

▽TFT모니터〓근래에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TFT 모니터는 노트북PC에 사용한 디스플레이 장비를 일반 데스크톱PC 사용자를 위해 개발한 것이다. TFT 모니터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 차지 비율이 과거의 모니터에 비해 무척 작고 매우 가벼워 운반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또한 브라운관을 사용하는 모니터에서 화면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휘어짐 등의 화면왜곡 현상이 TFT모니터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TFT모니터의 경우 가시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존의 브라운관을 사용하는 모니터와 비교할 때 15인치급이 일반 17인치급의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TFT모니터 역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자체적인 발광 소자가 없기 때문에 후면에서 백라이트라고 불리는 발광체에 의해서 빛을 발산하게 되고 밝기 정도가 브라운관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또한 저해상도일 경우 화면상의 텍스트가 깨져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어 최근 일본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기술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벽걸이형 TV 혹은 LCD 모니터 시제품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아직은 가격이 비싸다.

▽스팸메일(Spam Mail)〓사용자의 동의없이 보내는 ‘쓰레기’성 메일. 인터넷을 이용한 비즈니스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스팸메일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세상의 바람직하지 않은 네티켓의 대표적인 예. 그러나 적절한 퇴치방법을 몰라 상대방이 스팸 메일을 계속 보내는데도 어쩔 수 없이 받는 경우가 많다.

스팸메일을 받았을 때는 우선 메일 전송자에게 수신거부의사를 밝히는 회신을 보내야 한다. 거부했는데도 계속 보낼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E메일에서 회신을 선택한 뒤 ‘다시는 보내지 말 것’을 정확히 통보할 필요가 있다. 수신거부의사를 명백히 했는데도 계속 스팸메일을 보낸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통신부에 신고할 수 있다.

또한 사용하고 있는 메일 프로그램(outlook express, 유도라 등)의 메뉴 옵션을 선택해 특정 메일주소, IP주소, 단어를 입력해 줌으로써 원하지 않는 우편물을 막을 수도 있다. 이밖에 스팸메일의 정의와 방지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아래의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우선 하우피씨 99년 3월(http://www.howpc.com/howpc/199903/internet/092.html)에서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스팸메일 차단법을 소개했다. Kidsafe online 사이트(http://members.tripod.lycos.co.kr/kidsafe/help01.htm)에서는 스팸메일의 대처 방안과 그 법적 근거는 물론 온라인 상의 아동 안전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