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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형권/뒷말많은 李외교의 말

입력 | 2000-06-20 19:34:00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요즘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느라 바쁘다. 심한 경우 매주 두 세 차례씩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외교부장관이 언론을 상대로 국가의 정책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국가의 중대사라면 전 각료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놓고서는 외교부내에서 말들이 많다. 외교의 사령탑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여론의 정서에 맞지 않는 얘기를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장관이 최근 국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반미감정문제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개념짓는 것은 잘못됐다. 우리가 배은망덕(背恩忘德)한 국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던 것이 단적인 예다.

외교부 실무자들은 이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는 하나 ‘배은망덕’이란 표현은 한미관계를 시혜자와 수혜자라고 전제한 것이기에 외교부장관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장관은 또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 내정자 가족의 국적문제에 대해서도 썩 가슴에 와 닿지 않게 설명해 실무자들을 당혹케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양대사 내정자의 부인은 하와이 이민 3세이며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자녀들의 학비를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자녀들의 공부가 끝나 미국 국적을 포기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가 아니다. 국민 일반의 정서이고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대다수 외교부 간부들조차 양대사 내정자에 대해 “가족 전부가 한 때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아닌 다른 주미대사 감은 없었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다른 장관도 아닌 외교부장관의 인터뷰라면 좀더 세심한 준비와 치밀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형권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