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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남북한 급속접근에 수교회담등 5가지 우려

입력 | 2000-06-18 20:01:00


남북한이 급속하게 접근해가자 초조해 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즉각적인 반응을 안 보일 뿐 마찬가지다.

일본도 겉으로는 남북한의 관계 개선을 찬성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일본이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섯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한과 일본의 국교교섭이 공전하는 것. 일본은 북한의 한국의존도가 높아지면 북한에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매력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일본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최고의 카드는 경제지원이다. 한국이 대북 경제지원을 늘리면 일본의 카드는 그만큼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 내 안보논리가 흔들리는 것. 일본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군비를 확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개방정책을 쓸 경우 명분이 약해진다. 사토 겐(佐藤謙) 일본방위청 사무차관이 15일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따른 방위력 삭감론을 견제한 것도 이 때문. 주일 미군의 주둔 명분도 흔들릴 수 있다. 주일 미군의 대변인격인 데이비드 P 랜 대령은 3월에 외신기자들과 만나 “주일미군의 가상의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딱부러지게 “북한”이라고 대답했었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입김이 강해지는 것. 일본은 특히 러시아의 무대 등장을 경계한다. 러시아는 경제분야에서는 다른 나라에 수세적이다. 대신 외교 또는 군사면에서 강경 태세를 견지해 스스로 존재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분석이다.

넷째, 한미일 3각 공조가 흔들리는 것. 일본은 한국 및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남북한이 급속하게 접근하면 3각 공조가 깨질 개연성이 높다. 일본은 대북정책의 큰 틀에서 소외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다섯째, 대북 주도권은 없는데 경제지원만을 강요당하는 것.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일본의 안보 비용은 줄어든다. 어느 정도 보상도 할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북-일 교섭은진전되지 않고 남북한 합의의 틀 안에서 돈만 내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일본정부로서는 남북한의 급속한 관계개선을 막을 명분이 없다. 그러나 한국이 이 문제에서 독주할 경우 독도문제나 군위안부문제 등 다른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소지도 있다는 것이 일본 내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일본을 소홀하게 대해서는 안되고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외교를 한층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