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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 호재는 끝나고 악재가 부각되는 장세

입력 | 2000-06-15 18:21:00


남북 정상회담 종료와 함께 증시가 다시한번 강도높게 조정을 받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호재는 증시에 대부분 반영되고 이제는 그동안 잠복했던 국내 경제 현안이 다시 증시를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투신,은행에 기업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증시는 다시 정부 당국자의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리는 변동성 심한 장세가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패턴을 보수화해야 할 시점이다.

◆다시 깨진 수급 상황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15일 국내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48.42포인트나 하락, 770.95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장세를 끌어올린 요인을 보면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협력 기대감과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였다. 이중 남북 정상회담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투자 확대 가능성만 남긴채 끝났다.

외국인의 순매수는 지난주만해도 하루 평균 3,000억원 안팎이었으나 금주들어 수백억원대로 줄었다.15일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580억원. 투신권의 매도 물량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이를 받아주던 외국인들이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조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남북 대치국면이 해동의 조짐을 보이고 글로벌 펀드등으로 신규 유입자금이 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 규모를 줄이는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이제 남북문제에서의 긍정적 측면보다 한국경제 내부의 불안 요소들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 증권 전문가는 밝혔다.

투신권은 오는20일 100억원이상인 펀드에 대한 부실 공개등이 부담이 되는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최대 호재속에서도 열심히 주식을 내다 팔았고 매도 행진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주식 매매 결제가 3일뒤에 되는 점을 이용, 개인들이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미수금액이 최근 7,000억∼ 1조원규모로 늘어난 점도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힘을 쓰지 못할 때 장을 지탱한 것이 개인투자자들이었는데 개인투자자들도 최근에는 미수가 불어나면서 투자 여력을 잃고 있어 수급 불안이 다시 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호재는 소진되고 악재만 다시 부각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최대의 호재가 지나가면서 그동안 이 재료 때문에 수면 밑으로 잠겨있던 금융시장- 금융시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국내 경제 전반-의 문제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자금난과 오는 20일께 공개될 투신 펀드들의 부실,은행들의 구조조정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현대에서 비롯된 대기업의 경영지배구조 문제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SK증권 강현철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자금이 원활히 돌기위해서는 은행에 들어가있는 단기자금들이 빠져나와 투신권으로 흘러들어가야 하는데 투신권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않아 자금이 선순환 구조로 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인 745포인트가 지지선 역할을 해 단기 반등을 보일수도 있으나 장세의 흐름에 변동성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5일 증시에서 한빛은행 주식의 거래량이 6,970만주에 달하고 현대건설은 3,870만주로 두종목의 주식만 이날 전체 거래량 3억8,000만주의 1/4이 넘는등 투기적인 단기거래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기관투자자들이 팔만큼 팔았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국가 위험도가 크게 줄어 금융권 구조조정이 빨리 이루어진다면 중기적으로 증시 흐름은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적으로 투자종목 압축해야

악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투자전략은 보수적으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조재훈 과장은 요즘처럼 증시 기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에서는 저점을 지켜보면서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 한국통신, 한국전력등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블루칩 종목이 조정국면때 증권사 추천 종목으로 선정되는 단골 메뉴. 이들 종목은 장이 꺽이더라도 하락 폭이 크지않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이들 우량종목으로 투자대상을 압축시킨 후 기술적 반등이 되는 시점에서 매도하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윤 par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