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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교수가 본 3强정세 "한반도 평화는 새 딜레마"

입력 | 2000-06-14 23:25:00


남북한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이끌어 낼 경우 한반도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은 ‘큰 걱정(Big headaches)’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해리 하딩 교수(정치학)는 14일 도쿄에 있는 일본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관심을 쏟아왔다”면서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하딩 교수는 “남북한 관계가 진정으로 개선될 경우 미국은 광범위한 전략적 맥락에서 정말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딩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 등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 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의 정당성을 입증할 ‘새로운 적’을 찾아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을 NMD의 추진 이유로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어서 북한이 위협적인 대상에서 빠지게 될 경우 입장이 난감해진다는 것이 하딩 교수의 논리다.

중국도 일본의 국방력이 계속해서 증강되고 있는데도 한반도 상황이 호전되면 주한 미군의 철수를 계속해서 지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하딩 교수는 분석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돼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3만7000명과 4만7000명의 미군이 철수할 경우 아시아 안보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초래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딩 교수는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주일 미군의 존재 근거도 설득력이 없어진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은 극동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이 전무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한 및 주일 미군의 철수는 경제대국 일본의 본격적인 군비확장을 유도할 것이며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아시아재단의 북한문제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패 여부는 양측이 구체적인 성과물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사람들은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면서 “다양한 채널의 만남과 함께 정상회담이 제도적으로 정례화돼 남북한이 대결에서 평화로 나아가는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관점에서 양측의 경제협력 문제가 회담의 성패를 가름할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