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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출판물 음란성 논란]美대법 판례근거 3가지 기준?

입력 | 2000-06-11 18:46:00


최근 각종 영상 출판물 등의 음란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법학교수가 미국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음란성을 판단하는 세가지 기준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희대 법학과 임지봉(林智奉)교수는 월간지 ‘법조(法曹)’ 6월호에 기고한 ‘출판물과 연극 영화 비디오물의 음란성 판단기준에 관한 연구’란 논문을 통해 기준을 내놓았다.

첫째, 한국사회의 평균인(보통 사람)이 느끼기에 ‘호색적 흥미에 호소’하는가. 즉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적 욕구가 아니라 ‘음탕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

임교수는 “소설을 홍보할 때 성의 도발적 성격을 강조했는지 여부도 판단의 잣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했는가 하는 점. 단순한 나체 묘사를 넘어 실제 혹은 가상의 성행위에 대한 묘사나 자위 또는 배설행위, 성기의 추잡한 노출에 관한 묘사가 분명히 도발적이면 음란물로 볼 수 있다는 것.

셋째로 임교수는 “작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혹은 과학적 가치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 가치가 있다면 작품의 사회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음란성을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세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돼야 음란물이라는 것이 임교수의 입장. 임교수는 이런 기준에 따라 장정일씨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음란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위의 세 번째 기준을 만족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미 국내에 인터넷 음란사이트 등 공격적이고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한 표현물이 넘치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에 대한 규제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이 소설과 관련, 장정일씨는 97년 음란문서 제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98년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대법원은 현재 이 소설의 음란성 여부를 놓고 심리중이다. 한편 임교수는 이같은 기준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음란성의 판단기준이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만으로도 음란성 판정을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