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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이야기]유전자 치료법 아직 '걸음마단계'

입력 | 2000-06-06 21:11:00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규명과 치료방법을 유전자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유전자치료는 1980년대초 시작됐다. 그리고 유전자치료의 최초 성공 케이스는 1990년 미국국립보건원이 선천성면역결핍증 어린이에게 면역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넣어준 것. 면역기능이 떨어져 세균감염의 위험 때문에 병원 주위를 떠날 수 없던 어린이가 정상 어린이처럼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치료가 선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낳자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같이 기존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질환 치료에 적용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수천명의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기존의 치료법을 능가할 만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99년 미국 펜실베니아대병원에서 유전자치료 임상실험중 한 환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치료법의 안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전자치료가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인체 유전자에 대한 지식의 한계다.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를 다 밝힌다고 하지만 이는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알아낸 정도다. 각 유전자의 기능중 극히 일부만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는 다양한 유전자가 얽혀 발병하는 질환의 원인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기능을 확실히 밝혀낸 유전자로 인한 질환을 유전자로 치료하려면 치료유전자를 인체에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벡터)이 필수적이다. 현재 개발된 벡터기술을 인체에 적용할 경우 1% 미만의 유전자만 세포에 전달된다. 또 그 기능도 한달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핵균이 결핵의 원인이란 것이 독일 의학자 로브트 코흐에 의해 밝혀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 일. 결핵약이 개발되기까지는 50년 걸렸다. 결핵의 치료법 개발에 비유한다면 유전자치료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허대석(서울대의대 내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