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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영덕 강구항/넘치는 인정에 살살녹는 대게

입력 | 2000-05-24 20:03:00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가 방영될 당시(98년 4월 종영) 그 무대인 강구항(경북 영덕군)은 주말이면 강구항의 호젓한 분위기에 끌려 촬영현장인 이곳을 찾는 외지 관광객으로 늘 북적였다. 그러나 지금은…. 갈매기 한가로이 날아 다니고 정겨운 통통배 엔진소리가 포구가에 좌판을 펴고 이제 막 배딴 생선을 들어올리며 ‘사이소’를 연발하는 경상도 아지매의 억센 사투리와 뒤섞여 노래처럼 들리는 소박한 어항으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물거품이고 환상이었다고. 드라마가 종영되자 강구항을 흥청거리게 했던 특수도 사라졌다. 물밀듯이 몰려 들던 관광버스도 어느날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고 관광객도 급격하게 줄었다. “그 때카마 장사됐시몬 벌씨로 부자 안됐겠시니껴.” 연일 가속되는 드라마특수에 들떠 식당을 늘렸다가 요즘 그 후유증으로 고생한다는 한 아주머니의 말. 그녀는 ‘세상만사 다홍치마’라는 말로 얼버무리지만 순박한 포구사람들의 낙담은 형언키 어려울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치라는 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그 일진광풍처럼 몰아친 드라마 바람에 강구항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됐다. 또 곳곳에 ‘여기는 무슨 장면 찍었던 곳’하는 식의 안내간판이 설치돼 언제 어디서 누가 찾아와도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드라마의 한 장면과 오버랩시키면서 반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대게의 고향 영덕을 각인시킨 것, 또 영덕대게의 주산지가 강구항이라는 것을 주지시킨 것만도 큰 소득입니다.” 서울 강남에서 영덕대게 전문식당인 ‘왕돌잠’을 운영하는 영덕출신 남효수씨(40)의 말이다. 그는 영덕대게 소비가 늘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강구항의 상징인 영덕대게도 이 짧은 2년여 세월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게값은 드라마특수로 천정부지로 치솟다 수요급감으로 곤두박질쳤고 다시 한일어업협정 결과 영덕대게의 주산지인 대화퇴어장의 상당부분을 잃는 바람에 다시 오른 것. 그러나 급등과 급락이 연속한 신세의 부침에도 아랑곳 없이 동해 깊은 바다 속에서 잡혀와 강구항 횟집의 수족관에 갇힌 영덕대게는 그 의젓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말없이 세상구경을 하고 있다.

summer@donga.com

▼대게 지금이 제철▼

대나무처럼 생긴 8개의 긴다리, 갑옷이나 투구를 연상케 하는 투박한 등딱지, 툭 튀어나온 눈과 로봇처럼 움직이는 기이한 모양의 입. 마치 외계에서 날아 온 에일리언을 생각나게 하는 기괴한 모습이다. 그 대게가 강구항의 수족관에는 허다하다.

서식지는 독도에서도 남동쪽으로 6시간 더 가야 하는 대화퇴 부근의 수심 300∼400m 심해 해저. 십여년 전만해도 영덕 앞바다의 왕돌잠과 같은 해구에서도 잡혔다. 그러나 어장관리소홀로 해저가 오염되는 바람에 바닥에 서식하는 대게는 생활터전을 잃었다. 현재는 일본 오키군도나 대화퇴어장에서 잡히는데 그나마도 한일어업협정으로 어장의 대부분을 일본에 내주어 요즘은 반입량마저 크게 줄었다. 강구항의 대게 경매가는 요즘 상품(1㎏) 한 마리에 8만원내외.

영덕대게의 묘미는 향긋하고 쫄깃한 살 맛. 요즘은 살아 있는 대게를 수족관에 넣어 두었다가 찜을 해주는데 가격은 1㎏짜리 큰 게 한 마리(상품)의 현지 경매가가 7만원 내외. 생김새가 비슷한 홋카이도대게와의 차이점은 향. 영덕대게는 향긋한 뒷맛에서 일본산을 앞선다.

6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는 대게를 잡지 못한다. 따라서 살이 오르는 지금이 대게맛을 보기에는 적기다. 영덕대게 협동조합 직판장(강구면 삼사리·0564-734-0691)의 판매가는 마리당 중품(600g) 5만원, 상품(1㎏) 10만원.

▼대게식당▼

서울에서도 산 영덕대게찜을 맛 볼 수 있다. ‘왕돌잠’(서초점,논현점)은 영덕대게만 취급하는 전문식당. 강구항 특산물(과메기 물회 고동 고래고기 등)이 포함된 대게찜요리(12코스·2인용)가 13만원이다. 택배도 한다. 080-51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