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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절차합의]의제 구체 명시…94년보다 진전

입력 | 2000-05-18 19:29:00


남북정상회담 실무절차 합의서는 이뤄지지 못했던 94년 정상회담의 합의서를 준용하고 있으나 내용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해 ‘진전된 합의’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의제만 하더라도 94년 합의서에는 없었던 항목이다. 남북 대표단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원칙이 반영돼야 한다는 북측의 주장과, ‘남북의 교류와 협력’ ‘화해와 단합’을 강조해 온 남측의 주장을 절충해 ‘조국통일 3대원칙’과 ‘교류와 협력’을 모두 합의서 의제부분에 포함시켰다.

합의서 제1조 ‘대표단의 구성과 규모’에서는 수행원을 130명, 취재기자를 50명으로 확정함으로써 총원(180명)은 94년 합의서와 동일하나 북측의 주장대로 기자단 숫자를 80명에서 50명으로 줄이고 대신 수행원을 100명에서 130명으로 늘렸다.

‘정상회담의 횟수’나 ‘체류일정’에서 남북은 ‘필요에 따라 더 할 수 있다’거나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신축성을 보였다.

남측 대표단의 왕래 방법을 ‘항공로’와 ‘육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항로를 이용할 경우 분단사상 최초의 합법적인 ‘영공 월경’이 성사되는 것으로 냉전의 틀을 깨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돼 왔던 ‘상봉 및 회담 보도’ 부분도 상당한 진전으로 해석된다. 보도 방식은 남측이 요구한 ‘생중계’대신 ‘실황중계’가 명시됐지만 대부분 생중계가 가능할 것이라는게 정부 당국자의 얘기다.

당국자는 “일부 녹화중계가 이뤄지겠지만 어느 장면을 생중계로 할 것이냐는 선발대가 현장에 가서 세밀한 답사를 끝마친 뒤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행원과 취재기자에 대해서는 ‘활동의 폭’이 비교적 자유롭게 보장됐다. ‘휴대품에 대한 불가침 원칙’이 명시된 8조2항이나, ‘남측 기자들의 취재활동 보장’이 삽입된 13조1항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쌍방은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기하기로 한다’는 13조2항은 남측기자들에 대한 북측의 뿌리깊은 불신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남측이 실황중계 방송을 위해 직접 촬영과 제작을 맡게 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지만 위성중계를 위한 SNG(위성 생중계 TV장비)의 반입 여부를 선발대 파견시 추후 논의키로 했다.

사전답사팀을 보내지 않고 선발대가 대표단 방문 12일 전에 평양으로 가 세부적인 실무절차를 모두 확정토록 한 것도 94년 합의와는 다른 내용이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