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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윤득헌/가요와 욕설

입력 | 2000-05-17 19:34:00


가요이건 연주이건 즐기는 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게 대중음악이다. 그러나 대중음악이라 해서 10대에서 노년층까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세분화돼 있다는 것이다.

지긋한 나이의 사람들은 랩음악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고, 10대의 청소년들은 느린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대간 시각 차이나 생활 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또 문화가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보면 대중음악의 다양성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음악은 다른 분야의 대중문화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때문에 대중음악에는 늘 사회적 가치관이나 책임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그 가치관에 대해 시각이 일치하지 않아 대중음악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요음반 사전심의가 철폐된 96년까지 많은 노래가 '정치 사회세태 비판' '국가안보 악영향' '외교적 문제' '퇴폐' 등의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였던 것은 창작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시각차 결과이다.

▷대중음악에 세대간 시각차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부터라고 분석된다. 엇갈리기는 하지만 그들은 규범화된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구속감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저항정신과 실험정신으로 기성질서에 대해 도전했다는 것이다. 젊은이를 열광케 하는 신세대 음악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인데 개중에는 박자에 어휘를 맞추려고 맞춤법이나 문법에 어긋나는 엉터리 노랫말과 비속어도 등장해 교육상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최근 한 인기그룹이 경찰과 청소년보호법 등을 원색적 욕설로 비방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음반을 냈다고 한다. 'X발 놈아 X까라' 'X같은 짭새와 꼰대가 문제' '흥 X까라 이젠 총까지 쏘냐' '에라 X발아 집어쳐라 X까라' 등의 표현이 빠른 랩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위선을 고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욕설가사는 저항의 상품화'일 뿐이며 그러한 욕지거리까지 문화니 창작이니 하는 이름으로 마구 전파시키는 것은 국민적 정서차원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평론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얄팍한 상업주의가 무섭다.

윤득헌 dh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