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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 유언 못남기고 숨져…日언론 국정공백 비판

입력 | 2000-05-14 19:29:00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2일 쓰러진 이후 40여일 만인 14일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숨짐으로써 일본의 위기관리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일본 언론과 야당은 오부치가 입원한 지난달 2일 저녁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을 만나 “우스(有珠)산 분화문제 등도 있고 하니 무슨 일이 있으면 총리 임시대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아오키관방장관은 “총리임시대리를 맡아달라고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무슨 일이 있으면 잘 부탁한다’고 말했으며 이를 ‘총리 임시대리를 맡아달라’는 말로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13일자에서 “오부치전총리가 입원했을 때는 이미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였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며 “아오키장관의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같은 지적이 사실이라면 아오키장관이 오부치의 상태를 내각이나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총리임시대리를 맡은 뒤 내각 총사퇴를 통해 모리 요시로(森喜朗)신임내각을 발족시키는 명백한 ‘국정유린’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부치의 입원사실을 공표하기까지 만 하룻동안 국정공백이 있었고, 오부치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료진이 한차례도 공식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은 물론 일부 서방언론들은 “일본의 비밀유지 방식이 크렘린보다 더 심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정례기자회견조차 없던 일요일에 오부치가 갑자기 사거함에 따라 일본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