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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ARF가입신청 의미]서방 경제지원 교두보 확보

입력 | 2000-05-11 19:29:00


북한이 최근 아세안지역포럼(ARF)에 공식 가입신청을 한 것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북한의 ‘전방위 개방외교’가 이탈리아와의 수교, 호주와의 복교 등 국가 대 국가간의 양자관계를 넘어 다자 외교무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또 그동안 북한의 ARF 가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온 정부의 대북정책기조나 북-미 회담을 통해 북한의 가입을 권유해온 미국의 입장과도 일단 궤를 함께하는 외교적 행보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초 올 7월로 예정된 필리핀과의 수교를 계기로 북한이 ARF 가입신청서를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가입일정을 2개월 정도 앞당긴 데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북한은 ARF 가입을 통해 경제회생에 필수적인 아태경제협력체(APEC)나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개발은행(IBRD) 등에 가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즉 비교적 가입이 쉬운 ARF에서 회원국의 지지를 받을 경우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다른 기구 가입이 그만큼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ARF도 지역 최대 안보 현안으로 꼽혀온 한반도 분쟁의 한쪽 당사자를 가입시킴으로써 기구의 위상강화를 꾀하는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국정부로서도 국제무대에서 공식적인 남북간 대화채널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개방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RF가 느슨한 협의체 성격인데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RF란?…22개국 외무장관 참석 亞太 유일한 안보협의체▼

동남아국가연합(ASEAN) 가입 10개국과 이들의 대화상대 10개국, 기타 2개국 등 총 22개국 외무장관이 참석해 지역의 정치 안보 문제를 협의하는 아태지역 내 유일한 정부간 안보협의체. 94년 ASEAN 국가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뒤 미 일 중 러 및 한국 등이 가입하면서 명실상부한 지역안보협의체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결성 목적은 △회원국간 친선도모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 △역내 정치안보 이슈 논의.

한반도 문제에 대해 ARF는 94년 설립 당시부터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고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는 북한 미사일 실험에 대한 주변 당사국들의 우려를 의장성명에 채택하기도 했다. 최고의사결정기구는 회원국 외무장관회담이며 그 산하에 고위관리회의(SOM)와 실무급이 참석하는 회기간 회의를 두고 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