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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대기업 줄다리기…"연봉 30%까지 인상"

입력 | 2000-05-07 19:24:00


삼성 등 대기업이 고급인력의 벤처기업 유출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은 벤처기업을 떠났던 일부 인력의 회귀에 대해 ‘귀향’을 허용하는 등 강온 양면의 인사정책도 펴고 있다. 고급인력을 둘러싼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연봉인상 등 ‘처우’ 문제에서 벤처에 뒤지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말부터. 삼성SDS는 연초 연봉을 최고 30%선까지 파격적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잇단 ‘처우개선’에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히 벤처기업이다.

최근 서울 벤처밸리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I사의 C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대기업이 연봉을 인상하면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졸 초임자가 초봉 2000만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경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술개발 경험이나 업계의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벤처기업으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벤처기업으로서는 대기업이 고급인력 확보를 위한 주요 인력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급인력을 지키려는 대기업과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벤처기업들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은 벤처기업의 인맥을 통한 인력 스카우트에 대해 ‘구두 경고’를 하고 있다. 인터넷개발업체인 G사도 최근 S그룹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S그룹의 핵심기술인력이 G사로 옮겼기 때문. G사의 임원은 “S사의 직원이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 오히려 일방적으로 G사를 찾아왔는데도 구두경고를 해와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대기업이 일방적인 피해자는 아니며 오히려 가해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기업인 P사의 고위 임원은 “과거 일부 대기업이 자동차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쟁사 인력을 스카우트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며 “대기업이 하는 인력 스카우트는 ‘낭만’이고 벤처기업이 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대기업도 할 말은 있다. H증권사 임원은 “증권사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나면 창투사로 옮기거나 벤처기업의 재무담당임원(CFO)으로 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언제까지 벤처기업의 인력 공급소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