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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터넷거품/"인터넷기업 무더기멸종 온다"

입력 | 2000-04-28 19:34:00


인터넷에서 큰 돈을 버는 비결. 1단계, 색다른 서비스를 찾아라. 이익이 남지 않는 아이템도 상관없다. 2단계, 최소한의 자본금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라. 이때 중요한 것은 특이한 도메인명과 화제성 마케팅이다. 3단계, 몇 달 뒤 지분의 일부를 내놓고 투자금을 모아라. 희소성 때문에 몇 배로 비싸게 파는 건 식은죽 먹기다. 4단계, 이렇게 불린 돈을 재투자해서 덩치를 키워라. 곧바로 주가가 급상승 곡선을 탈 것이다. 마지막 단계, 1년쯤 지나서 자기 지분을 내다 팔아라. 투자 원금은 수십배에서 수백, 수천배로 불어나 있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허황된 사기극은 아니다. 불과 몇 달전, 정보통신주가 하늘을 찌를 때까지도 꽤나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였다. 실지로 이런 방식은 인터넷 광풍의 진원지인 실리콘 밸리에서 유래된 것이다.

첨단기술사업 잡지인 ‘레드 헤링’ 창업자와 편집자인 두 사람은 여기서 방대한 사례를 동원해가면서 미국 인터넷기업의 ‘거품전략’을 까발린다. 인터넷 주식 거품의 일차원인은 성급한 기업공개와 주식공모이며, 그 배후에는 공모가 부풀리기로 이득을 챙기는 창업가, 벤처자본가, 투자은행로 이어진 ‘먹이사슬’이 있음을 밝힌다. 그 다음 과열열풍에 편승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투자자가 쏟아붓는 막대한 자본이 거품을 팽창시킨다고 꼬집는다.

근거없는 ‘미래 가치’ 운운하는 반대자를 위해서 이들은 계량적인 거품분석을 시도한다. 우선 시가총액 1억달러가 넘는 133개 인터넷 회사를 대상으로 골랐다. 여기엔 야후, 라이코스, 아마존, 이베이, AOL 같은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망라됐다. 전문용어와 셈법이 복잡하지만 예상성장률을 역산해 현재 적정시가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최대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의 적정시가는 41억 달러로 계산됐다. 지난해 6월11일 현재 실제시가는 171억 달러. 세계적으로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마존조차도 75% 이상 고평가 됐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역사적인 반론도 준비해뒀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열풍이나 19세기 미국 철도주식 투기가 일례다. 신기술 출연으로 시작된 금융 광풍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붐을 이룬다. 그러나 몇 년내 사업성이 있는 몇 개 기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됐다.

인터넷 기업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존재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장판도가 진화를 시작할 ‘그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이럴 경우 10∼20% 정도의 기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죄다 멸종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창업자의 자격이나 구체적인 사업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냉정한 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투자자는 거품이 터지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요즘 코스닥시장의 약세로 주가가 ‘반에 반 토막’난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345쪽, 1만1900원.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