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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월드]'리니지' 리뷰/ 사이버세상 현실 닮아간다

입력 | 2000-04-09 20:21:00


기존 비디오게임 및 PC게임의 구도를 혁명적으로 붕괴시킨 장르가 바로 인터넷 ‘네트워크 게임’이다. 네트워크 게임은 가상사회에서 살아남는 ‘생존논리’가 게임의 방식이 된다. 참여자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게임의 변수가 무한정 다양하게 설정된다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 게임의 ‘상품성’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게임은 또한 중독성이 강하다. 상대편의 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대응방식을 순발력있게 개발해내야 되기 때문이다. 마치 실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처럼 우연성과 도박성이 존재한다. 계급과 사회적 권력의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익명으로 이뤄진 가상사회에서 현실과 비슷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는 배경이다.

▼현실과 비슷한 성취감 매력▼

신일숙의 만화원작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게임 ‘리니지’는 정제된 시나리오와 화려한 그래픽, 캐릭터들이 잘 짜여져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주장한 ‘시뮬라크르’(Simulacre·복제물)를 반영하고 있으며, 사이버사회의 가상권력과 네트워크 계급간 무한경쟁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대두시키고 있다.

2000년 3월 현재 ‘리니지’ 게임은 총회원 157만명, 하루 평균 접속자수 14만3000명이라는 거대한 ‘가상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왕자와 공주, 기사, 요정, 마법사 등 네 종족 가운데 하나를 자신의 분신(캐릭터)으로 선택하고 몬스터와 싸워가는 과정에서 힘과 능력을 키우고, 혈맹을 맺은 동료 게이머와 협력해 가며 종국에는 ‘리니지 월드’를 정복하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구도.

▼사이버 공권력 동원돼기도▼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게임 이용자는 레벨 1에서 50까지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렵게 장만한 ‘변신반지’ ‘순간이동반지’ ‘투명 망토’ ‘팔양검’ ‘십양검’ 등 화려한 무기들은 게임의 공간을 벗어나 실제사회에서도 그 가치를 평가받는다. 게이머들은 오프라인 상에서 서로 만나 실제로 현금(5만원∼150만원)을 주고 캐릭터나 무기를 갖춘 ID계정을 넘겨받는 거래를 하기도 한다.

또한 사이버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아테나’라는 가상화폐와 ‘카시오페아’라는 사이버경찰은 게임공간의 리얼리티를 강화시키는데 필요한 부수적 ‘시뮬라크르’(복제물)로서 네트워크 게임의 ‘시뮬라시옹’(simulation·복제된 현실)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이버 공권력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던한 문화상품의 소비 이데올로기는 항상 실제 대상보다 그 대상을 모사한 ‘가상의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리니지’ 게임에서도 복제된 게임의 사회가 실제보다 더욱 실재적으로 의식된다. 게이머들은 사이버경찰을 ‘사칭’해서 상대방의 무기를 뺏아가기도 하고, 게임에서 이겨 가상화폐를 얻을 실력이 없는 사람은 실제 현금으로 무기를 사기도 한다. 결국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사이버 사회도 현실사회와 똑같이 사기와 도박, 봉건적 계급차별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사회의 ‘시뮬라시옹’은 소비자들의 가상심리를 극대화시킨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해내며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제 ‘네트워크 게임’ 성공의 관건은 누가 가장 현실과 유사한 가상사회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교한 시나리오와 상황설정, 즉 ‘시뮬라크르’의 완성도가 게임의 상품성을 결정한다.

한창완(세종대 영상만화학과 교수·게임스쿨교장) htank@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