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본보 창간80돌 설문]성인 23%가 '디지털맨'

입력 | 2000-03-31 20:52:00


《일상생활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디지털맨’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은 컴퓨터를 쓰지 않는 사람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녀와 소속집단에 집착하기보다 자아발전과 개인의 경쟁력에 관심을 기울이며 적극적 낙천적 삶을 꾸리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나이가 젊을수록,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두드러져 정보화 진행에 따라 한국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는 21세기 정보사회를 살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대표 노규형·盧圭亨)에 의뢰해 전국 20대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보화 자녀교육 직장생활 재테크 등 생활 의식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동아일보는 일 또는 취미생활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며 E메일주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디지털맨’으로, 나머지를 ‘아날로그맨’으로 규정하고 의식과 생활방식에서 각각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일이나 취미생활에 컴퓨터를 활용하는 성인남녀는 44.6%, 인터넷 인구는 35.1%, E메일 주소 보유자는 24.6%였다.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디지털맨은 전체 국민의 22.5%. 성별로는 남자 23.1%, 여자 16.6%로 모든 연령대에서 남자의 비율이 높았다.

디지털맨은 아날로그맨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들의 ‘행복지수’는 69로 아날로그맨의 64보다 높았다. 전체 국민의 행복지수는 65로, 지난해 초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결과인 58에 비해 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인 1996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MORI가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지수 68’의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이다.

아날로그맨의 85.6%에겐 ‘자녀는 필수’였으나 디지털맨은 67.7%만 이에 동의했다. ‘자녀를 위한 부모의 희생’에 대해서도 아날로그맨은 62.4%가 찬성했으나 디지털맨은 46.3%만이 마땅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맨은 특히 직장생활과 관련해 아날로그맨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디지털맨은 이직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56.9%가 이직계획을 갖고 있으나 아날로그맨은 36.9%에 불과했다.

‘21세기를 사는 데 꼭 필요한 덕목’에 대한 견해도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디지털맨은 창의성 주체성 등 ‘개인의 경쟁력’을 중시한 반면 아날로그맨은 성실성 창의성 예의범절 봉사정신 절약정신 등 ‘더불어 살기’ 덕목에 초점을 뒀다. 한편 ‘행복을 가져다주는 조건’으로 두 집단 모두 ‘가정의 화목’을 첫손에 꼽았으며 재테크 수단으로 은행저축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체 응답자의 61.5%가 두 번 이상 이직해 ‘평생직장’개념은 이미 사라졌다.으며 국민의 건강지수는 65.4점으로 ‘보통이다’의 50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