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美DBM 크리칠리사장-전경련 유한수전무 대담]

입력 | 2000-03-19 19:59:00


《삼성 SK 등 국내 일류 대기업의 인재들이 홍수처럼 벤처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16일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인재관리 컨설팅회사 미국 DBM사의 로버트 크리칠리 국제담당 사장은 “획일화된 교육보다 직원들이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확보해야만 인재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크리칠리 사장은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유한수(兪翰樹)전경련전무와의 특별대담에서 앞으로 회사와 직원간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두 사람의 대담 요지.

▽유전무〓요즘 한국노동시장의 핫 이슈는 벤처산업의 활성화에 따른 인력이동입니다. 주로 대기업 인재들이 벤처로 빠져나가면서 대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대기업으로서는 정말 골칫거리입니다. 대기업에 들려줄 충고는 무엇입니까.

▽크리칠리사장〓직원들을 회사에 들어온 한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개인의 성향을 파악해야 합니다. 종업원들에게 회사에 참여하는 것은 가족으로서 참여한다는 정도의 연대감을 줘야 해요. 또 안정된 회사에서 경력을 개발해나간다는 의식도 심어줘야 합니다. 자신의 비전을 안정된 직장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얘기지요.

업무환경도 요즘 젊은 직장인의 생활방식을 고려해서 짜야 합니다. 회사생활과 개인생활을 조화할 수 있게 하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영환경 노동시장 개인의 가치관 등의 변화에 맞춰 인력관리에 대한 개념도 변해야 합니다.

▽유전무〓개인의 역량을 더욱 개발시키는 훈련과 교육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습니까.

▼ 직원 개성 맞춰 인력관리 ▼

▽크리칠리사장〓교육프로그램을 짤 때 조직원들을 그룹으로 생각하여 표준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식은 곤란합니다. 개개인의 가치관과 역량, 경력 목표에 따라서 개인의 희망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기자신에게 필요한 교육훈련을 개발해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럴 때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지고 공헌도도 향상되며 회사를 떠나더라도 스스로 경력을 개척해나갈 능력을 배양할 수 있게 됩니다. 기업 구성원에 대한 인적투자가 그 조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유전무〓한국의 인사관리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크리칠리사장〓이제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충성을 요구하고 표준화된 인사관리정책을 펴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기업도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인사관리자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결국 종업원과 기업이 상호공동의 발전을 하는 그러한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런 조직이야말로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최대의 경쟁력 요소가 될 수 있어요. 기업은 직원들이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직원들은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관리해 나가고 자기경력에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조직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전무〓DBM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있습니까.

▽크리칠리사장〓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개 또는 두 개의 회사에서만 일하는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일했지만 외환위기이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20대에 직장을 구했는데 40대에 갑자기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당사자에게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DBM이 주로 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퇴직자 재취업 지원 서비스)는 기업이 퇴직자들에게 다음 진로를 개척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유전무〓경제가 어려울 때는 아웃플레이스먼트가 중요하지만 요즘은 인재확보와 유지가 더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인력유지전략은 무엇입니까.

▼ 비저니갖고 일할 환경 필요 ▼

▽크리칠리사장〓우리는 과거 경력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can do)’은 그 사람의 배경,직업경험 기술적 자격 등을 말하며 ‘할 것(will do)’은 동기의식 성취의욕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맞는 것(best fit)은 기업문화가 개인과 맞는 지를 파악합니다. 인력유지의 또 다른 방향은 경력관리와 개발입니다. 회사는 종업원이 우수한 인력이며 높은 자질을 갖췄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게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자질을 키워나가고 회사에 더 오래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

▽유전무〓미국의 인력이동은 어떻습니까.

▽크리칠리사장〓미국은 92년부터 최근까지 약 40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구직의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정보통신 인터넷 등에서 새로운 구직의 기회가 열렸어요. 대부분의 이직자나 해고자들은 전 직장에서 배운 기술이 있으며 이 중 70∼80%는 새로운 직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자산이 됩니다. 구직인들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그것을 존경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