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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살해 중학생 최모군]전문가진단

입력 | 2000-03-19 19:59:00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서 15일 발생한 여중생 살해사건은 가정불화에 시달리던 평범한 중학생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끔찍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10대 총기난사사건처럼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또래 소녀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범죄라는 사실에 전문가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범죄라기보다 빗나간 사회현상이 잉태한 사회적인 범죄로 인식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임현진교수(사회학)는 “범행을 저지른 최모군이 평소 별다른 문제가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가정에서 억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 학생을 학교 등 사회에서 따뜻하게 받아주었더라면 이같은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교수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로 상징되는 부당한 권위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폭력 장면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모방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YMCA 청소년상담실 이명화실장은 “영화나 컴퓨터게임 등을 통해 폭력을 자주 대하는 청소년들이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상담 등을 통해 ‘상처입은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한편 학교나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번 사건의 저변에는 욕구나 불만을 즉흥적으로 해소해야 직성이 풀리는 신세대의 세태와 급속도로 확산되어 있는 디지털 문화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벤처기업이나 주식을 통해 단숨에 큰 부를 쌓고 돈으로 욕구를 발산하는 주변의 분위기도 병리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

서울대 의대 유인균교수(정신과)는 “특히 자녀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자라난 청소년들의 경우 자신의 욕구나 만족에 대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이를 즉각적으로 벗어나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