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5분 다이제스트]'한국의 집지킴이'

입력 | 2000-03-10 19:21:00


▼'한국의 집지킴이' 김광언지음/다락방펴냄/294쪽, 1만5000원▼

《민속학자인 저자는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냈고 현재 인하대교수. 저서는 ‘한국의 농기구’‘한국 민속학’ 등.》

옛사람들은 집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여겼다. 우주를 관장하는 신이 있는 집에도 집을 돌봐주는 지킴이가 있다고 믿었다. 집 전체를 관장하는 우두머리격인 성주를 비롯해 터에는 터주, 문에는 문신, 부엌에는 조왕, 우물에는 용신, 뒷간에는 뒷간신, 그리고 어린 목숨을 돌보는 삼신과 자손의 복을 빌어주는 조상신 등. 집지킴이는 집안 곳곳에 깃들어 있었다.

이 책은 그 다양한 집지킴이들의 유래와 특성, 옛사람의 삶과 집지킴이의 관계 등을 풍부한 예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지킴이는 대개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모셔진다. 쌀을 담은 독을 방 안의 선반에 올려놓고 성주로 모시는 경우가 그 예다. 물론 우물의 용신은 우물물 자체가 지킴이로 여겨지지만. 집지킴이의 특징은 그것이 집 안에 존재한다는 점, 성주를 제외하곤 여성이 집지킴이를 관장한다는 점 등이다.

지킴이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은 인간과 지킴이(신)의 공존을 뜻한다. 즉, 집지킴이는 신성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저자는 “일제 강점기, 미신타파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하나둘 사라지더니 1970년대 이래 근대화 열풍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었다”고 안타까워 한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