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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고어-부시 "大選고지 확실히 다진다"

입력 | 2000-03-05 21:15:00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부터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전망대로 예선이 치러지고 있고 가장 큰 분수령인 7일의 슈퍼화요일 선거에서도 두 사람이 각 당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선통과 과정은 예상을 빗나가 본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고어가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의 강력한 도전으로 힘겨운 예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는 고어가 큰 정치적 상처 없이 무난히 예선을 치르고 있는 반면 도전자들이 난립, 손쉬운 예선통과가 예상됐던 부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일으킨 거센 돌풍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부시는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던 선거자금을 거의 소진했다. 사상 처음으로 7000만달러(약 770억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한 그는 5000만달러를 첫 예비선거를 치르기 전에 지출한 데 이어 지난달 예비선거와 당원대회 과정에서 1000만달러를 더 써 현재 1000만달러 안팎의 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예상은 그가 예선을 손쉽게 통과해 본선에서 고어를 공격할 충분한 ‘실탄’을 비축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자금 면에서 오히려 고어가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3000여만달러를 모금한 고어 역시 잔고가 1000만달러 밑으로 내려갔지만 4000만달러의 선거자금 지출 한도를 지킨다면 1000만달러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의 정치적 상처는 더욱 컸다. 그는 매케인의 당내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온건보수에서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선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反)가톨릭과 인종차별로 유명한 밥 존스대에서 연설한 것이나 낙태문제에서 강경한 반대입장을 취해 여성표를 얻기 어렵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들이다.매케인보다 더 능수능란한 고어가 본선에서 이같은 약점을 놓칠 리 없다.

특히 차기 대통령은 최소한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해야 하기 때문에 대법원의 이데올로기를 바꿀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지명되면 낙태를 합법화한 판례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간주하는 여성계의 경계심을 유발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부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총기사고도 총기규제를 반대하고 있는 부시를 곤경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고어에게는 1996년 선거자금 불법모금 의혹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 핸디캡이다. 96년 빌 클린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고어는 선거자금 모금행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로스앤젤레스 불교사원 집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상충되는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또 부통령 집무실에서 선거자금을 요청하는 전화캠페인을 한 데 대해서도 아직 법적 시비가 일단락되지 않았다. 고어의 또 다른 약점은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식상한 여론이 고어의 집권을 ‘클린턴 정권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클린턴 피로감(Clinton Fatigue)’으로부터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가 고어의 큰 숙제다.

가장 최근 실시된 CNN과 갤럽(2월29일)의 본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는 여전히 근소한 차(44% 대 41%)로 고어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한때 두자릿수였던 격차가 이처럼 줄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우열을 예상하기 힘든 치열한 접전을 치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