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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어떡하죠]이정님/자녀 눈높이로 문제를 보자

입력 | 2000-03-05 21:15:00


강제로 상담실에 끌려온 여고 1년생은 묻기도 전에 “저는 자퇴를 하고 지금은 백조(할일없이 노는 여성)예요”라고 말했다. 부모님의 지나친 구속 간섭 집착이 심해 고민하던 이 학생은 ‘재워줄테니 집을 나오라’는 친구를 따라 한번 외박을 했다가 부모의 심한 감시에 묶였다. 차라리 ‘잔소리가 없는 곳’으로 가자는 반항심으로 이어졌다. 가출을 습관처럼 하다 결국 자퇴를 했다. 지금은 집안에서 뒹굴기만 한다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민중이다.

“내 아이들은 착하고 말도 잘듣고 공부도 잘 했다. 요즘 친구들을 잘못 사귀어 갑자기 나빠진 것 같더니 이제는 부모에게 말대꾸를 하면서 반항하고 소리지르고 집에 잘 안들어온다. 술 담배까지 한다.” 상담터에 찾아온 부모들로부터 흔히 듣는 하소연이다.

그럼 자녀들은 부모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셀 수 없이 많은 유형이 있지만 상담소에서 듣는 것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빈집형〓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집안에는 아무도 없다.

▽있으나 마나형〓집에 있어도 내다보지도 않고 “왔니? 씻고 밥 먹어라”는 대화가 전부이다.

▽무시형〓오는지 가는지 관심도 없고 말을 해도 응대가 없이 타인처럼 대한다.

▽과잉보호형〓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캐묻는다.

▽돈 위주형〓돈이면 부모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베리아형〓집안이 싸늘하고 규범적이며 대화가 없고 분위기가 냉담하다.

어른들이 ‘문제아’라고 지목한 아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너무나 착하고 여리고 따뜻하고 외로워하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누가 돌을 던지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아야겠다. 환경? 상황? 친구? 청소년 자신들? 부모님들?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자녀의 ‘친구’들보다 부모 스스로에게서 먼저 문제를 찾아봐야 한다. 가깝고도 너무 멀리 있는 부모와 자녀들이 아닌지 반성해 보라. 대부분 부모들이 “나만큼 자녀를 많이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어디까지 이해하는지 묻고 싶다.

청소년은 젊기 때문에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 이 변화의 첫걸음은 집안에서 시작한다. 자녀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자. 인정해주자. 격려해주자. 많은 부모들이 아무리 찾아봐도 칭찬하고 격려하며 인정해 줄 것이 없다고들 한다. 잘 관찰해보자.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 인정이고 격려이며 칭찬이다.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추자. 눈높이를 낮추자.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바로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대화를 해보자.

이정님(까르딘 청소년상담터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