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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순매수자금 분석]외국돈 밀물 뒤탈 없을까?

입력 | 2000-03-01 19:31:00


올들어 원화강세 기조 속에 엔화가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은 순매수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외국인은 올 1, 2월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300억원, 1조200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최대의 순매수 세력. 개인과 기관이 등을 진 거래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월 1조1800억원, 2월 1조11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신규자금에 목말라하는 국내증시에 두 달 동안 3조5400억원을 공급해준 것.

엔화약세 상황에서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수 기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정보기술(IT)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경제 회복에 대한 외국인의 높은 기대 외에 투기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재개를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투기성 엔환전자금 유입…엔화강세땐 '썰물' 우려▼

▽투기자금이 움직인다〓엔캐리트레이드란 일본의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꾼 뒤 이 자금을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LG증권 임송학차장은 “미국이 작년부터 잇달아 금리를 인상, 미국과 일본 간 금리격차가 확대되고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올해초 엔캐리트레이드가 재개됐다”고 분석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작년초 아시아 시장에서 주가급등을 초래했다가 7월 중순 엔화의 강세 반전으로 사라졌다.

동양증권 홍춘욱대리는 “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정보통신 및 인터넷 관련주를 집중공략한 외국인 세력의 중심은 단기투기성 엔캐리트레이드를 하는 헤지펀드들”이라고 말했다. LG증권 임차장은 “이들의 투자성향으로 미뤄볼 때 엔캐리트레이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주가차별화가 심해지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저금리와 엔화 약세가 엔캐리트레이드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 금리의 인상이나 엔화의 강세반전은 국내증시에 커다란 악재가 된다. 헤지펀드들이 엔화차입금을 갚기 위해 보유주식을 대량매도, 증시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

▼"국내증시 미국과 닮은꼴" 나스닥 조정시기에 촉각▼

▽나스닥이 문제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 글로벌경제팀장은 “급격한 원화절하와 엔화절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이 수개월 안에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그때까지는 환율변수보다는 국내증시 자체의 변동성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증시는 투자성향, 거래량, 투자자금 규모 등 자체의 체질이나 체력보다는 미국 증시의 변동양상에 의해 훨씬 더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 상식.

삼성증권 현정환대리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포지션 변화에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은 미국 나스닥시장의 조정 돌입 시기와 패턴”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선진국 자본이 투자대상국의 거시경제 변수나 금융시장 여건에 좌우되지 않고 정보통신(IT) 분야의 성장가능성이 큰 지역에 꾸준히 투자를 늘리면서 그 지역의 거시경제 변수나 금융시장 여건을 바꿔놓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현대증권 한동욱대리는 “2월 들어 엔화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메릴린치 등 일부 외국증권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 중에서도 가치주의 비중을 줄였으나 한국 등 IT분야가 유망한 나라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