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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대의 '저질잡지'도 역사다" 한양대강사 김현식씨

입력 | 2000-02-21 19:42:00


‘한국 역사학계의 쟁점과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역사학회의 겨울심포지엄에서 “문화개념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주장하며 그동안 학계에서 소홀히 다뤄왔던 그림 민요 공연 등 ‘비언어적 사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18일 충남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양대 강사인 김현식씨는 발표문 ‘전통적 역사학과 새로운 역사학-변화하는 역사학의 어제와 오늘’에서 “문서고(文書庫)는 물론 향토박물관, 전람회장과 콘서트홀 같은 각종 공연장이 역사가의 산책길이며, 고전음악이나 그림, 가판대의 ‘저질 잡지’, 거지들의 노래, 익명의 포르노 판화 등이 모두 역사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인 이상 문자텍스트뿐 아니라 비언어적 자료를 포함해 “인간 육체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 하고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끌어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역사논문과 달리 자유로운 수필체의 형식을 취한 이 글에서는 “이제까지 모든 학문은 ‘터부’에 의거해 존립해 왔다”며 “이제 역사가는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금지하고 배척하며 추방하는 대신에, 이를 포용 해독 변형시켜 독특한 목소리를 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적인 기존 학계에서 이렇게 개성 강한 목소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