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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12조원 어디로]대우채 환매자금, 毒-藥 어느쪽?

입력 | 2000-02-09 20:06:00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곳곳에 포진한 매물벽을 넘기가 매우 힘든 모습이다. 9일 장에서도 979선까지 상승하다가 되밀리는 등 980선대에 포진한 두터운 매물벽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다. 결국 지수 1000포인트라는 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현재 환매되고 있는 대우채펀드 자금과 갈 곳을 찾지못해 단기부동화된 시중자금이 증시로 재유입,부족한 유동성을 메꿔줘야 한다고 증권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우채 환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시중금리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부동화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끌어 올리는 유동성 장세’도 펼쳐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MMF등 단기상품에 몰려 문제▼

▽단기부동화되는 대우채 환매자금〓지난 2일∼8일까지 환매된 대우채펀드는 총 12조1976억원. 대우채펀드 잔고 27조7618억원의 43.9%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환매자금의 60%가량은 투신사로 재예치되고 있어 대우채 환매로 인한 ‘투신사 유동성 부족’은 기우에 그치는 양상이다.

문제는 투신사에 재예치된 자금들의 상당부분이 머니마켓펀드(MMF),신탁형저축 등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거나 만기가 1달 이상인 상품에 몰리는 등 단기부동화되고 있다는 것. 6개월 이상 상품인 후순위채펀드(CBO)와 하이일드펀드로도 대우채 환매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나 사실상 채권형 상품이어서 증시 수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투신 방철호영업지원부장은 “작년 8월 이후 원금을 까먹는 주식형펀드가 속출한 때문인지 요즘엔 주식형펀드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별로 없다”며 “대세상승장이 확인될 때까진 주식형상품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3개투신사 여윳돈 5兆 비축▼

▽기댈 곳은 투신사의 풍부한 유동성〓투신사들은 현재 한마디로 ‘과잉 유동성’ 상태다. 투신사들이 대우채 환매에 대비해 비축한 자금이 실제 환매요청된 규모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대한투신이 1조5000억∼2조원 등 3투신사만 5조원의 여유자금을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대우채 환매자금을 주식형 등 간접투자펀드로 유도하기 위해선 먼저 고객에게 주가가 큰폭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한다”며 “비축된 실탄으로 주식을 매입,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면 대우채 환매자금도 연쇄적으로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풍부 탄력상승 전망도▼

▽ 유동성 장세 가능할까〓일단 대우채펀드의 환매가 시작된 지난 2일 이후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의 주가가 큰폭 상승하고 있는 점이 호재라는 분석. 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중금리가 하향추세로 방향을 틀고 마땅한 ‘대체 투자상품’이 없다는 점도 시중부동자금의 증시환류를 기대하는 요인.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대내외 악재가 희석되면서 당분간 주가급락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대우채자금과 수십조원에 이르는 시중부동자금이 한꺼번에 증시로 유입될 경우 유동성 장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강신재선임연구원도 “3조∼4조원의 설자금과 단기부동화된 대우채 환매자금 등 시중유동성은 풍부한 상태”라며 “개인 거래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이같은 시중자금의 공세를 받아 강한 상승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