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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포스트모더니즘과 현대사회 위기'

입력 | 2000-01-28 19:01:00


▼'포스트모더니즘과 현대사회 위기' 조명래 지음/다락방/ 404쪽 1만8000원▼

‘세계화, 정보화, 탈산업화, 탈국가화….’

요즘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시대의 특성을 설명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화하면서 ‘탈’국가화되고, 정보화하면서 ‘탈’산업화된다면 기존의 국가와 경제체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86년 영국 유학시절에 처음 접한 후 줄곧 연구해 왔다는 ‘조절이론’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답을 구하려 한다.

근대 산업사회를 상징하던 ‘포디즘(Fordism)’은 미국 포드사의 경영전략에서 유래된 것으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안정된 조응 구조를 바탕으로 고도의 성장을 구가했던 전후 서구의 지배적인 축적체제를 가리킨다.

이 포디즘이 1970∼80년대에 들어서 위기에 휩싸이면서 출현한 새로운 축적체제가 바로 ‘포스트포디즘(Post-Fordism)’이다. 그리고 포디즘의 한계를 극복하고 포스트포디즘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지구화, 정보화, 탈산업화, 탈국가화 등의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조절이론의 출발점은 “위기와 모순이 가득한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를 극복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규칙적이고 항상적으로 자기를 재생산해 가는가”에 관한 의문이었다.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한 분야인 조절이론은 “특정 시대, 특정 패턴의 자본주의 경제(축적체제)가 가능한 것은 그것을 사회적으로 조절하는 제도적 앙상블(조절양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축적체제와 조절양식간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로 밝힌다.

따라서 조절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근대사회의 위기는 “모순적인 자본주의적 축적활동을 안정된 사회적 관계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 제도적 조절 메커니즘의 약화 내지 이완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적 경제활동을 구성하는 노동관계, 상품소비관계, 국민경제의 재생산구조가 기존의 사회제도적 장치로 더 이상 조절될 수 없게 되면서 그에 기반한 근대사회 전반의 제도적인 정합성이 허물어지는 상황이 곧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라는 것이다.

위기의 증후군은 경제사회활동의 여러 부문에서 확인될 수 있지만, 이 책은 ‘포스트포디즘’이란 개념으로 그런 현상을 바라본다.

포스트포디즘이 경제영역을 넘어 사회 정치 문화 영역까지 확산되면서 사회전반이 국민국가의 사회제도로는 안정되게 조절될 수 없는 ‘탈조절화(Deregularization)’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가의 조절양식 약화는 시장과 같은 비국가부문이나 초국적 기업과 같은 초국경적인 부문이 국가의 조절범주를 넘어서 축적활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현상, 즉 ‘조절의 탈국가화’에 의해 촉진된다.

한국의 경우도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생산활동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확산시키는 동시에 상품 및 자본시장을 개방해 대규모 해외자본의 유입을 허용한 결과, 국민경제구조 내에서 ‘생산부문’과 ‘유통 순환부문’ 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면서 거시경제의 구조가 흔들렸다.

그 결과 경제는 물론 사회 정치영역을 포함한 국가사회 전반의 불안정 구조가 심화됐다. 저자는 이런 현상이 결국 정부가 경제를 시장과 기업의 자율성에 맡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운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그 원인은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의 기반이 돼야 할 국가조절양식의 약화 내지 이완에 있다고 본다. 404쪽 1만8000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