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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선거운동 허용, 金대통령 발언 쟁점화

입력 | 2000-01-21 00:18:00


한나라당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는 이유는 선거운동 허용에 대한 여야의 인식과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시민단체가 기본적으로 ‘친(親)DJ’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김대통령과 여당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에 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믿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런 인식의 이면에는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허용할 경우 야당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나라당이 20일 김대통령의 발언을 ‘법치주의 파괴 발상’ ‘마오쩌둥(毛澤東)식 대중선동주의’ ‘페론주의’ 등의 극한 용어를 쓰면서 반발하는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기획위원장은 “김대통령의 발언은 시민단체와 연계해 총선을 치르겠다는 선거전략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식 문화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생각은 다르다. 청와대는 김대통령의 발언이 “불법선거운동을 용인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게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권 지도부도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한나라당의 주장은 ‘반개혁적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같은 상반된 인식의 차이는 설사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의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다. 한 예로 현행 선거법은 출마예정자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사 선거법 개정안이 나온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사전선거운동 허용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허용문제는 선거법협상의 새로운 쟁점이 돼 총선을 목전에 둔 여야 갈등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시민단체의 선거운동과 관련한 고소 고발사건을 신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검찰이 시민단체의 위법 선거운동을 보면서도 단속을 미룰 경우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 분명하고, 이 경우 타깃은 다시 김대통령과 여당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