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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中대륙의 품으로]현지 포르투갈인의 불안

입력 | 1999-12-14 19:39:00


20일 반환을 앞두고 마카오 난완(南灣)구에 있는 마카오 총독부는 요즘 조용한 고별행사를 치르고 있다.

제127대 마카오 총독 바스코 비에이라(59)는 12일 마카오 보안부대를 찾은데 이어 다음날에는 하이다오(海島)시정부, 14일에는 마카오시정부와 입법회를 찾아 고별인사를 했다. 15일 마카오교구 주교를 방문해 이임인사를 하며 18일에는 마카오 주재 포르투갈 총영사관 개관식에 참석한다. 19일 오후 5시에는 총독부에서 마카오를 지배한 지 442년 만에 내려지는 포르투갈 국기 하기식을 치른다.

총독부 철수를 보는 현지 포르투갈인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중국계 마카오인들로부터 ‘아오먼짜이(澳門仔·마카오 아이들)’ ‘투성짜이(土生仔·토박이들)’로 불려왔던 이들은 이제 주인 아닌 손님으로 바뀐다.

마카오 거주 포르투갈인은 1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3%. 누대에 걸쳐 마카오에서 살아오다 보니 다른 인종과 피가 섞여 대부분 ‘매카니즈’로 불리는 혼혈이다. 아프리카의 포르투갈 식민지계와 혼혈도 있고, 영국 인도 이란 동남아계와의 혼혈도 있다. 금세기 들어서는 중국인과의 혼혈도 늘었다.

총독부 치하의 마카오에서 이들은 말하자면 ‘진골(眞骨)’에 속했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고위관직과 변호사 회계사 의사 엔지니어 건축사 등 고급 화이트칼라직을 독차지하다시피한 채 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마카오 반환과 함께 모든 게 바뀌었다. 당장 국적 선택이 문제다. 마카오 반환이 결정된 87년 중국―포르투갈 공동성명에 따라 지난해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마카오 주민의 국적문제에 대한 결의를 통과시켰다. 마카오 거주 포르투갈인이 원하면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이중국적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포르투갈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카오시정부 행정집행위원회 마자제(馬家杰)부주석은 “우리는 포르투갈인인 동시에중국인이고싶지만법률이 허용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마카오를 떠나 포르투갈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94년 꿈에 그리던 포르투갈을 처음 방문했던 스페이링(施佩玲·30·마카오 행정청 행정공직사 근무)은 “포르투갈에 있는 동안 나는 외국인일 따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87년 마카오 반환 결정 이후 많은 현지 포르투갈인들이 정신적 방황을 겪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마카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마카오 사람”이라고 신화통신에 털어놓았다. ‘마카오에 뿌리를 둔 모임(根在澳門)’의 마쓰화(馬思華)회장은 “우리의 뿌리가 마카오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곳에 남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카오에 남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여태까지 받아온 포루투갈 국민으로서의 특권은 사라지고 국적을 바꾸지 않는 한 ‘외국인’일 따름이다.

총독부는 마카오 지배의 마지막 기념물로 95년 마카오 국제공항을 완공했다. 11일에는 마카오와 주하이(珠海)를 잇는 롄화(蓮花)대교도 개통했다. 새로 들어서는 특구 행정청에 24억 마카오달러(약 2억8100만달러)의 지원금도 넘겨줄 예정이다.

마카오 반환 후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 토박이’로 계속 버텨낼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회(回)족에 이어 중국에 정착하게 될 두번째 소수민족이 될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