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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 달쏭' 표지판…한자어투 공고-안내 눈살

입력 | 1999-10-07 19:33:00


‘접도구역내 토지형질 변경행위 금지.’

‘폐자재 투기 금지.’

각종 안내표지판이 보통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한자어 투성이에 투박하고 위압적인 문구 일색이어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경고성 안내판이 ‘∼금지’ ‘∼하지 맙시다’ 등의 부정적인 문투여서 위험을 알리는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7일 강원 홍천군의 지방도로변. ‘접도구역 안에서 건축 또는 토지형질 변경행위 금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러나 접도구역이 무슨 말인지, 토지형질은 뭘 뜻하는지를 아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접도(接道)구역’이란 도로와 인접한 구역이란 뜻이고 ‘토지형질 변경금지’란 논을 멋대로 밭으로 만들거나 밭 위에 집을 짓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생소한 한자투성이는 아니더라도 아무런 설명없이 경고표지판을 세워 놓아 전혀 경고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수영금지’경고판. 수심과 물살 등 위험한 사유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약간만 이유를 설명해도 물에 들어가지 않을텐데 무작정 ‘금지’만을 강조하다 보니 경고를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수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

‘작물 재배 및 폐자재 투기(投棄)금지’ ‘녹화지(綠化地) 출입통제’ ‘오염행위 금지’ 등의 안내판도 모두 한자어 일색이거나 무조건적으로 금지만을 강조하는 문구들이다.

‘폭발물 주변지역에서의 흡연 금지’안내판은 이를 어길 경우 엄청난 사고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금지’안내판만 봐오던 이용객들은 ‘피우면 어때’식으로 반응하기 십상이라는 것.

미국 등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출입통제지역이라도 ‘출입을 금지한다’는 부정적 문구보다 ‘허가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음(Authorized Personnel Only)’이라는 제한적인 문구가 사용된다.

안내표지판이 생경한 한자어 투성이거나 금지 일변도인 것은 국민을 훈계하겠다는 관공서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국어문화운동본부의 남영신회장(51)은 “안내표지판 문구가 위압적이거나 금지 일색인 것은 관공서가 국민을 잠재적인 범법자나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보를 주지 않고 위협만 하는 문구는 국민의 반발심만 키울 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