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보건소 직원들이 나와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전체 100여명 중 서너명을 빼고 모두 수술을 받았다. 반항하는 사람들은 사지를 묶인 채 수술을 받았고 일부는 곡괭이 자루로 얻어맞기도 했다. 여자원생들은 시내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남자 원생들은 지하실에 갇혀 있다가 한명씩 사무실로 불려 올라가 수술을 받았는데 그 중에는 17살짜리 소년도 있었다.”
83년 광주 동구 소재의 한 정신지체장애인 요양원에 수용돼 있다가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은 유모씨(44)는 22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기자실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의 주선으로 기자들과 만나 유씨는 “나도 사귀던 여자가 있었지만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것이 마음에 걸려 결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남자 60여명, 여자 40여명의 원생들이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강제적인 불임수술을 당했다”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이 보건소 중심의 관(官) 주도로 자행됐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씨로부터 19일 제보를 받고 20일 광주 현지에 내려가 요양원 보건소 관계자들을 면담한 결과 이를 확인했다”며 불임수술 피해자 4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김의원은 “당시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됐던 가족계획사업에 따라 보건소에는 불임수술 목표량이 할당됐다”며 “이에 따라 보건소측은 집단적으로 시술이 가능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동구 보건소 가족계획사업 담당자의 말을 인용, △문제의 요양원에서 시술차 갔을 때는 공식적인 출장결재를 받아서 갔고 △시술 성과는 구청에 보고됐으며 △보건소의 실적이 좋으면 포상도 하고 해외여행도 보내줬다고 밝혔다.
김의원은 “당시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람은 10명 미만이었다”면서 “집단 수용시설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이 전국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만큼 시민단체와 함께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의원은 19일 전국 6개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에 수용된 남자 40명, 여자 26명의 원생이 83년부터 98년까지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