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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속으로”…거리로 나선 미술

입력 | 1999-08-09 19:21:00


미술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미술을 대중과 보다 가깝게 하기 위해 ‘미술관 밖’으로 나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어디야 어디?”

8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사간동 도로변. 버스에서 내린 10여명의 주부와 어린이들 그리고 대학생들 앞에 강영민 장해리 노재운 등 화가 3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버스’전을 보러 온 관객들.

기획자인 이윰 등 작가 10여명은 미술관 전시 외에 작품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선보이는 ‘미술관 밖 전시’를 시도했다. 관객들이 성곡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가나아트센터 등을 순회하는 미술관버스를 타고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면 대기하고 있던 작가들이 이들을 인근 주택가 골목으로 안내하며 거리에 설치된 작품취지를 설명하는 독특한 행사. 상황자체가 ‘행위 예술’인 셈이다.

골목안 집 담벽들 타일위에 꽃과 담쟁이 등을 그려 넣은 장해리의 작품 ‘타일들’이 보였다. 비너스상 등 미술수업에 쓰이는 유명 석고 데생들을 만화처럼 코믹하게 그려 정형화된 기존 미술수업을 풍자한 강영민의 ‘재미있는 석고데생들’, 겉으로만 웃고 있는 정치인들의 얼굴을 그려 넣어 권위주의적 사회지도층을 꼬집은 노재운의 ‘가장들’도 있었다.

“미술관 감옥으로부터 작품을 해방시키자!”

같은 시간 인근 인사동 골목. 화가 임옥상은 길이 1백m의 광목천을 준비, 행인 수백명과 함께 ‘그린벨트 생명벨트’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녹색 숲과 강을 상징하는 배경을 그린뒤 행인들에게 물감과 크레파스를 나누어주고 마음껏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6월20일부터 관객과 함께 하는 작업을 해온 임씨는 앞으로도 매주 일요일 이같은 ‘거리미술’을 계속할 계획이다.

‘미술관 밖’행사들은 최근 미술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미술관이 고급스러운 장소로만 인식돼 대중이 마음놓고 드나들며 생활속에 숨쉬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술관이 대중으로부터 고립되고 미술이 일반인에게서 멀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거리로 나선 행사들은 일단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부인과 함께 두자녀를 데리고 ‘버스’전을 보러 온 장희영씨는 “작가들로부터 작품의 초점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좋았다”고 말했다.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둥 문예진흥원 미술관에서 열리는 ‘신세대흐름전’에도 이같은 형식이 일부 도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 역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다. 매일 되풀이하기는 어렵기 때문. ‘버스’전의 거리 전시도 7,8일 이틀간의 이벤트행사로 그쳤다. 나머지 기간동안 출품작들은 성곡미술관에서 전시된다.‘버스’전에 참가한 이동기는 탈주범 신창원의 모습을 여러장 그린 작품을 통해 기존 미술관체제로부터의 탈출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일단 미술관밖으로 나가는 일은 시도했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좀더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02―737―7650(성곡미술관)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