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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야 日기획청장관 회견]"1달러=120엔대 기대"

입력 | 1999-08-05 19:26:00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일본경제기획청장관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은 경제개혁과 정치안정, 국제교역조건의 호전이라는 세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몇년 내에 고도경제성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일 오후 집무실에서 동아일보등일부외국언론사도쿄(東京)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문답 요지.

―90년대 일본경제는 왜 어려움에 빠졌는가.

“일본은 80년대 후반 정부의 보호정책과 맞물려 거품규모가 너무 커졌다. 90년대초 거품붕괴로 부실자산이 커졌으나 정치권과 관료는 해결을 늦추고 주가와 땅값이 다시 오르기를 기대했다. 중환자에게 수술을 하지 않고 기도로 낫기를 기대하는 격이었다. 여기에 97년의 (실패한) 재정재건정책이 겹쳐 경기를 더 악화시켰다.”

―일본경제의 현재 상태는….

“금융위기는 끝났다고 본다. 지방은행이나 생명보험회사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실물경기도 일정부분 회복됐다. 주택건설과 소비가 회복되고 있고 수출도 늘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여전히 감소세이고 실업률도 높아져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향후의 경제정책방향은….

“추가경기부양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일본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리기 위해 고용 설비 부채의 ‘3가지 과잉’을 해소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실업이 큰 고민이다. 현재 실업자가 324만명이지만 최소한 50∼60만명의 추가실업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새로운 산업을 만들지에 정력을 쏟고 있다. 정보통신 등 하이테크산업 증가는 당연하지만 고용창출을 위해 더 중요한 분야는 서비스산업, 특히 가정 내에서 해오던 분야를 새로 산업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엔화가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의 환율은 알 수 없다. 다만 일본 경제계는 엔화환율을 달러당 115∼120엔으로 가정해 계획을 세웠고 120엔 안팎에서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15엔 아래로 떨어지면 일본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일본정부는 적정환율에 대한 특별한 목표대를 갖고 있지 않다.”

―장관은 일본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앞으로 일본은 △소자(少子)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글로벌화에 따른 국제경쟁 격화 △제조업 중심에서 ‘지혜의 시대’로의 변모라는 세가지 문제에 반드시 직면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각 개인이 생산력을 높여야 한다. 회사에 예속되지 않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이 요구된다. 공업화사회에 중시됐던 ‘회사인간’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자유를 최대한 중시하는 경쟁사회, 그러면서도 낙오자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는 지금까지 효율 안전 평등이 3가지 정의(正義)였다. 이제부터는 자유가 정의에 추가된다. 리스크를 꺼리고 수험공부만 중시하는 교육도 개혁해야 한다. 대장성 사무차관이 빌 게이츠보다 더 존경받는 나라가 일본이다. 리스크가 없고 기업인에 대한 존경도 없으니 사회전체가 재미없어졌다. 이제는 인간이 지닌 나쁜 열정 가운데 탐욕 나태 변덕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질투는 억눌러야 한다.”

―일본은 21세기에도 경제대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을 다음 세기에도 주요국가로 남게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절대적 의무다. 인구가 감소해도 경제성장은 가능하다. 15세기 이탈리아는 30% 이상 인구가 줄었지만 비효율적 농지를 없애고 효율적 분야로 옮겨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었다. 일본이 강대국으로 남으려면 인구감소율을 일정수준에서 억제하고 1인당 노동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지금 일본은 전후(戰後) 50년간 계속된 시스템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화산 분화 직전’의 상태다. 나는 일본의 개혁가능성에 절망하지 않는다. 개혁을성공시키지못하면일본은 개도국으로전락할것이다.”

―한국 등 아시아경제의 미래는….

“산업 및 금융체제와 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면 수년내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다시 올릴 수 있다. 다만 성공하려면 △새로운 생산 및 경제체제를 위한 개혁 △국내정치 안정 △국제교역조건 호전이 필요하다. 일본도 65년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당시 일본은 계열이라는 새로운 생산체제에 따른 규격대량생산과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내각에서의 정치적 안정, 유리한 국제경제환경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