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와 함께 이재민에 대한 무료진료활동을 펴고 있는 대한병원협회 소속 주요 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사랑의 의료봉사단’은 태풍 ‘올가’가 한반도를 통과하던 3일 악천후 속에서도 이틀째 인술을 펼쳤다.
태풍이 맹렬히 북상하던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병원, 송파구 풍납동의 서울중앙병원, 강남구 도곡동의 영동세브란스병원 등에선 ‘사랑의 의료봉사단’이 속속 폭우 피해지역으로 떠났다. 경기 북부 수해지역에서 전날 밤늦게까지 땀흘린 의정부성모병원 의료진은 여윈잠에 피곤한 얼굴로 아침부터 이재민 환자를 돌봤다.
◆경기 북부지역에선◆
오전11시경 서울중앙병원 의료팀(팀장 이철·李哲)은 특수이동진료차를 앞세우고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연풍초등학교에 도착. 이 차는 X선 촬영 분석기와 혈액분석기 등을 갖춘 ‘움직이는 병원’. 의료팀의 의사 간호사 등 10여명이 학교 강당에서 120여명의 환자를 돌보다가 이상이 발견되면 차로 데려가 즉석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가정의학과 전상준(全相俊)박사는 “이재민 대부분은 설사병 위장병 피부염 등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좁은 공간에서 닥지닥지 붙어 생활하면서 호흡기가 나빠진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또 되풀이되는 폭우 피해로 극심한 신경증과 우울증을 보이거나 깜짝깜짝 놀라는 증세를 보이는 환자도 적지 않다는 것.
이재민 박공림씨(59·여)는 “수해로 피부염에 걸려 온몸이 군시러워도 병원과 약국을 이용하지 못해 괴로웠는데 무료진료를 받게 돼 고맙다”고 말했다.
연풍초등학교 김의철(金義哲)교감은 “수해 때문에 주민들은 돈 여유가 생기면 진저리를 치며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따뜻한 의료의 손길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군 전곡읍민회관 2층 강당. 서울대병원 진료팀이 오후1시부터 밤늦게까지 150여명을 진료했다.
주민 양준근(梁俊根·54)씨의 다리에는 마치 채찍으로 맞은 듯 ‘살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나 있었다. 그는 “96년 수해로 집을 잃고 다시 지은 집이 이번에 또 무너졌다”면서 “물 속에서 입은 상처보다 ‘두통’ 때문에 더 괴롭다”고 ‘마음의 상처’를 호소했다.
한양대병원팀은 파주시 문산읍 마정초등학교에서 150여명을 진료했다.
팀장인 김재홍(金在烘)부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전염병 창궐이 예상되는만큼 주민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남아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병원들은 해당 지역 보건소와 협의해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장소를 옮겨가며 환자를 돌봤다.
◆서울시내에서도◆
서울에서도 사랑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노원구 상계동 수락초등학교에선 영동세브란스병원과 서울을지병원의 의료진이 환자를 돌봤다. 오전에 잠깐 비거스렁이가 있었지만 의료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식을 줄 몰랐다. 이들은 태풍이 닥친 밤늦게까지 설사 피부염 등에 시달리는 환자와 감기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살폈다. 이재민 중에는 되풀이된 물난리에 잘 때 헛소리를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3일 현재 동아일보사와 함께 이재민을 돌보고 있는 대한병원협회 소속 병원은 모두 14개. 2일에 참가한 병원에 이어 삼성의료원 한양대병원 강동성심병원 이대목동병원 경희대병원 등이 이날 ‘사랑의 의료활동’에 동참했다.
〈파주·연천〓이성주·나성엽·선대인·이나연기자〉stein33@donga.com